현재는 세입자가 한 번만 쓸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무한 전세권’ 법안이 추진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전세사기 등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지만, 집주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반론이 이어지면서 결국 법안 발의가 철회됐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지난달 25일 계약갱신권을 제한 없이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윤 의원은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는 임차가구가 임대인의 일방적 임대료 인상이나 퇴거 요구에 대한 부담 등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취약한 임차인 보호는 결국 전세 사기라는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졌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법안에는 세입자에게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 외에도 지역별 적정임대료를 고시하고, 전세보증금의 범위를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임차보증금, 선순위 담보권, 국세·지방세의 체납액을 더한 금액이 주택가격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5억원의 대출을 낀 10억원의 아파트가 있다면, 세금 체납이 전혀 없더라도 무조건 2억원 이하에 전세를 내놔야 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내 집에 세입자가 평생 살 수 있다니, 내 돈 주고 세입자한테 집 사줬느냐”, ”부동산을 국유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부동산도 계엄령 내렸다” 등 볼멘 소리가 나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입법예고 등록의견 게시판에 2만600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채모씨는 지난 6일 올린 글에서 “법안에 반대한다”며 “이 법이 통과된다면,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에 전세 제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고, 계약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며 윤 의원실에 법안 철회요청서를 전달했다.
전문가들도 임대차 시장 전반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세입자가 원하면 무제한 갱신이 가능하다면, 임대인들이 전세는 포기하고 대거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만 보유하면서 수도권 집중도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법안에 서명한 10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이 서명을 취소했다. 법안에 동의한 의원 중 과반이 동의 의사를 철회하면 발의 법안은 자동 철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