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감액안이 민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증액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후 추경(추가경정예산) 등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야당 주도로 673조3000억원 규모 2025년 예산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확정된 가운데 본회의 전까지 여야 간에 ‘감액 예산안’ 문제를 두고 신경전이 치열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은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으로, 정부안 대비 4조1000억원 삭감된 안이었다. 정부·여당은 감액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재난·재해·감염병 발생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가 불가하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추경 등을 통해 대처가 가능하고 12·3 비상계엄으로 가중된 경제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예산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불안정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설명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부는 전날 오후부터 예산안 협상에 들어갔지만 밤 11시쯤 협상이 결렬됐다고 한다. 정부는 당시 4조1000억원 감액분 복원을 요구했고, 야당은 지역화페 등 예산에 대한 증액이 받아들여져야 한단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오전 기재부 측에서 감액분 중 정부 예비비(1조8000억원)·국고채 이자 상환(3000억원) 등 총 2조1000억원을 복원해주면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는 정책 예산 중 9000억원(지역화폐 4000억원·고교 무상교육 국고지원 3000억원·인공지능 및 재생에너지 2000억원)을 증액하겠다는 안을 전달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감액분 중 복원 요구 액수에 비해 증액분이 너무 작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지역화폐 예산 1조원 증액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고교 무상교육 국고지원 증액 요구에 대해선 “정부 쪽에서 무상교육 예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방교육재정 부담금이 3조4000억원 증액됐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일반 재정으로 예산을 자꾸 편성하자고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초 민주당의 경우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고려해 대통령실 인건비 등 7000억원을 추가 감액하는 안도 논의한 터였다. 다만 당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감액 예산안으로 본회의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내란 사태로 인해 경제 위기가 한층 가속화되고 있고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 감액하지 않고 예결위 의결안 그대로 반영하게 처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은 정부안 대비 정부 예비비가 2조4000억원 삭감됐다. 정부안 기준 절반이 줄어든 것이다. 대통령실·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전액과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 5000억원도 감액됐다. 국민의힘 김 정책위의장은 “예비비의 경우 절반 수준으로 대폭 삭감해 2014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물가상승을 감안할 때 재난·재해·감염병 발생,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복지 분야 의무지출 부족 등 민생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실제 코로나19 이전 2019년에도 태풍·집중호우, 고용위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태 대응 등에 2조7000억원을 사용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