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0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할 상설특검안을 가결했다. 상설특검안은 내란을 총지휘한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상설특검 도입에 따라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윤 대통령을 사실상 이번 사태의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겨냥한 검찰은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이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를 불러 조사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으로 명명한 상설특검안을 재석 287명 중 찬성 210명, 반대 63명, 기권 14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당론 없이 자율 투표로 참여해 23명이 찬성했다. 찬성 투표한 국민의힘 의원은 조경태 김태호 김도읍 안철수 김예지 김형동 박정하 배준영 배현진 서범수 김건 김상욱 김소희 김용태 김위상 김재섭 곽규택 박수민 안상훈 우재준 진종오 최수진 한지아 등 대부분 친한(친한동훈)계 또는 중립 성향이다. 기권 14인과 반대 63인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상설특검안은 우선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계엄 통제 권한을 무력화하는 등 내란을 총지휘한 혐의로 윤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또한 비상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계엄사령관을 추천하는 등 내란 모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김 전 국방부 장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 여 전 사령관도 수사 대상으로 적시했다.
야당이 추진하던 ‘내란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찰·경찰·공수처 간 수사권 논란은 상설특검이 수사를 주도하는 것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에 따라 특검은 3개 수사기관과 군검찰에 수사 자료 제출과 인원 파견을 요청할 수 있고, 각 기관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한다. 다만 상설특검에 대한 임명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어 윤 대통령이 야당이 추천한 상설특검을 임명할지는 미지수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내란 수괴 혐의가 아닌 내란과 관련한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혐의를 적용했다. 최종 결정권자를 윤 대통령으로 본 것이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해군 준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구금 시설 및 체포와 관련된 지시는 제가 여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언급했다. 여 전 사령관이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 및 구금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방첩사 내부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장관에 이어 경찰이 전날 소환 통보 사실을 밝힌 여 사령관까지 검찰에서 조사를 받자, 경찰은 수사망을 윗선으로 올렸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한 총리를 포함, 비상계엄 선포 전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11명에게 출석 요구를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중 1명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를 마친 상황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피고발인들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강제수사를 포함한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