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오후 6시 35분쯤 제주 한라산 성판악휴게소 부근 5·16도로.
A 씨(40대)가 몰던 쏘나타 차량이 제주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향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 마주 오던 모닝과 SM6 등 2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 충격으로 SM6가 뒤로 밀리면서 그 뒤를 주행하던 아이오닉5를 충격하는 2차 사고도 발생했다.
그런데도 A 씨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차량 앞 범퍼가 파손된 채 1.5㎞가량을 도주하다 또다시 중앙선을 넘어 12명이 탑승한 버스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경찰은 사고 신고 접수 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사고를 낸 A 씨는 찾을 수 없었다.
A 씨가 사고 후 어수선한 틈을 타 차량을 남겨 놓은 채 사라진 상황.
경찰은 당황했다. 곧바로 피의자를 찾아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찰에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전날 사고를 낸 사람이 한라생태숲 인근 도로를 걷고 있다"는 내용이다.
신고자는 전날 도로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A 씨의 옷차림 등을 기억하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발생 13시간 40분 만인 8월 11일 오전 8시 20분쯤 제주시 영평동 양지공원 인근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사고 현장과 약 13㎞ 떨어진 곳이다.
A 씨는 검거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고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다. 눈을 떠보니 풀숲에 누워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다 뒤늦게 사고 당일 궂은 날씨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지인과 점심을 먹으면서 소주를 마셨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또 노래방에서도 맥주를 마셨다고 음주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제주시 한 식당에서 A 씨가 술을 마시는 CC(폐쇄회로)TV 영상도 확보했다.
A 씨는 2018년 차량 절도 범행으로 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는 A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했다.
A 씨가 음주사실을 시인하고 술을 마시는 장면이 담긴 영상까지있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채혈 감정 결과와 긴급체포(7월11일) 당시 이뤄진 음주 측정에서 모두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0%로 나타나면서 검찰은 음주운전 혐의는 배제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함부로 무면허 운전에 나서고 급기야 교통사고를 잇달아 일으킨 뒤 도주했다. 도주한 뒤 음주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한라산에 있다가 다음날 나타났다"고 일침을 가했다.
A 씨는 1심에서 징역 5년,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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