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사건은 '인간의 본성은 악(惡)하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부정할 다른 말을 찾을 수 없게 만든 정말 잔인하고 악독한 범죄다.
5살에 불과한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묶어놓고 25시간 넘게 목검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계부 A(1993년생)가 그 악인이다.
A는 범행 2년 전인 2017년에도 숨진 B 군(2014년생)과 동생 C 군(2015년생)을 학대,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접근금지명령을 받았다.
A는 자신의 학대를 피해 보육원에서 나름 즐거운 생활하던 B, C 군 형제를 강제로 데려온 지 10일 만에 또다시 학대를 시작했고 그 20일 뒤 숨지게 했다.
A는 재판장의 지시에 불응, 큰소리치는가 하면 검사에게 "내가 우스워"라며 대들었다.
A는 자신의 악행을 다뤘던 기자를 보자 "내 기사 그만 써라, 확 XXX"라며 욕설하고 국선변호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내 재판에서 나가라'고 요구해 재판이 지연되기도 했다.
재판장에 맞서다 "억울할수록 재판에 최선을 다하라"고 훈계에 10분간 대성통곡…
5년 전 오늘인 2019년 12월 11일 인천지법 형사13부(송승훈 부장판사)는 살인,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상습특수상해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장이 피고인석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심문에 답하는 A에게 "마이크를 이용해 말하라"고 지시하자 A는 "난 원래 목소리가 커서 그냥 말해도 다 들린다"며 버텼다.
이에 재판장이 "퇴정 등 강제처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주의를 주자 A는 마이크에 입을 대고 "예"라고 고함을 질렀고 재판장으로부터 "법정 모독죄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소란으로 잠시 휴정을 명한 재판장은 재개된 공판에서 "억울한 사정이 있을수록 최선을 다해 재판에 임해야 하지 않겠냐"고 다독거리면서 훈계하자 A는 피고인석에서 10여분간 대성통곡, 재판에 차질을 빚었다.
증인은 30~40분 신문하고 나는 왜 10분만…검사가 그렇게 잘났나, 내가 우습냐
40일 뒤인 2020년 1월 20일 열린 3차 공판에서 A는 검사와 충돌했다.
공판 말미 재판장이 검사에게 "4차 공판 때 피고인 신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냐"고 묻자 검사는 "10∼20분 정도면 된다"고 답했다.
이를 듣고 있던 A는 "증인은 30∼40분 신문하고 (나는 고작 10분이냐), 검사님! 그렇게 잘났어요? 내가 우스워요"라고 소리치며 대들었다.
재판장의 공판 종료 명령에 따라 법정을 벗어나던 A는 방청석에 자신의 기사를 다뤘던 기자를 보자 "000, 내 기사 그만 써, 확 XXX 부숴버리겠다"고 욕설, 법정을 찾았던 이들을 놀라게 했다.
비극의 시작…아이 둘 가진 돌싱녀에 손 내민 미혼남
비극의 씨앗은 2016년 말 뿌려졌다.
10대 때 남편을 만나 B군, C 군 형제를 낳았던 D 씨(1995년생)는 철부지 남편과 갈등을 빚었지만 혼자 두 아이를 간수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때 D 씨 앞에 나타난 이가 2살 연상 미혼남 A. 그가 이혼 과정을 도와주고 반찬거리도 사다 주자 D 씨는 2016년 12월 A와 동거에 들어갔다.
A는 D 씨와 살림을 차린 두 달도 지나지 않은 2017년 초부터 B, C 군 형제에게 손찌검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등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가혹행위를 이어갔다.
이웃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A를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하고 B, C 군을 아동보호 기관의 협조를 받아 보육원에 양육을 위탁했다.
경찰은 어머니 D 씨도 A와 분리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 돌봄 시설에 들어가도록 했다.
아동학대로 징역 1년 집유 3년, 1년 접근금지명령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에게 2018년 4월 인천가정지방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어 7월 16일 B군 형제에 대해 '1년간 보호 명령'을 내려 A의 접근을 차단했다.
돌봄 시설에 몇 달 머물던 D 씨는 시설을 나와 다시 A와 동거에 들어갔으며 2018년 초 아들을 낳았다.
보육원 만류에도 의붓아들 강제로 데려간 계부
A는 2019년 7월 15일 접근금지 명령 1년 기간이 종료하자 D 씨의 청에 따라 보육원으로 가 B 군 형제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A는 구청에 '가정 복귀 의견서'를 제출했고 구청은 B 군에게 '집에 가고 싶냐'고 물었다. 어린 B 군이 '엄마에게 가고 싶다'고 하자 이를 허락, B 군 형제는 2019년 8월 30일 A의 집으로 돌아왔다.
A는 아이들이 온 다음 날(8월 31일) 시골로 가족 여행을 떠나 12일간 머물다 9월 11일 돌아온 뒤부터 B 군 형제를 모질게 대했다. 여행 중 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대면서.
5살, 4살 형제에게 엎드려 뻗쳐 시키고 폭행…하루 한 끼만 줘
A는 B 군 형제에게 엎드려뻗치기를 시키고 동작이 굼뜨다고 손찌검했다.
또 '밥을 굻어봐야 정신 차린다'며 9월 13일부터는 B, C는 물론이고 채 두돌이 되지 않는 막내아들까지 하루에 한 끼만 먹도록 했다.
A는 삼 형제가 말을 듣지 않는 건 큰형인 B 군 탓이라며 9월 25일부터 밤 B 군에게 본격적인 가혹행위를 가하기 시작했다.
손발 묶은 뒤 대형견과 함께 화장실에 가둬…25시간 끊임없이 매질
A는 '본때를 보이겠다'며 B 군 손과 발을 케이블 타이와 뜨개질용 실로 묶은 뒤 키우던 대형견(리트리버 잡종)과 함께 9월 25일 오후 9시 무렵 화장실에 가뒀다.
B 군이 고통에 몸무림칠 때마다 목검으로 사정없이 때렸다.
25시간여가 흐른 9월 26일 밤 10시쯤 A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119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B 군은 숨진 뒤였다.
얼마나 모진 매질이었으면 두개골 골절, 복부 파열…법정에서 CCTV 공개되자 외면
부검 결과 B 군 상태는 처참했다.
얼마나 맞았는지 두개골 골절, 뇌출혈, 복부파열에 따른 장기 손상이 드러났다.
검찰이 2019년 12월 11일 2차 공판 때 A의 집 안방에 설치된 CCTV 영상을 공개하자 A는 잠시나마 인간으로 돌아왔는지 이를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CCTV 영상에는 A가 △ B 군 몸을 뒤집은 뒤 손과 발을 케이블 줄과 뜨개질용 털실로 묶는 모습 △ 엉덩이를 마구 때리는 모습 △ 머리채를 잡고 방바닥 이리 저리로 끌고 다니는 모습 △ 얇은 매트에 내던지는 모습 △ 똑바로 서라며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檢 무기징역 구형…1심 징역 22년, 2· 3심 25년
검찰은 A를 인간으로 볼 수 없다며 무기징역형을 내려 줄 것으로 청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는 2020년 5월 15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 징역 22년 형을 선고했다. '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순간적인 분노나 스트레스 등 감정 해소를 목적으로 (아들을) 학대했다"면서 "피해자는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쓸쓸하게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A를 질타했다.
검찰과 함께 항소했던 A는 항소심 도중 소를 취하했지만 2020년 12월 8일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성수제)는 "아동 학대는 아동이 성장하면서 영구적인 상처로 남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한 뒤 "1심 판단은 지나치게 가볍다"며 징역 25년 형으로 높였다.
즉각 검찰이 상고했지만 2021년 5월 14일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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