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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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풀리는 ‘뜨거운 물 샤워’, 피부·두피엔 치명적 [건강+]

샤워기. 게티이미지뱅크

 

겨울철 뜨거운 물 샤워는 하루의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지만, 매일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경우 피부에 손상이 가해지고 탈모도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건강면에 보도한 기사에서 피부과 전문의들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시카고 대학교 피부과 부교수인 빅토리아 바보사 박사는 “따뜻한 샤워나 목욕에는 이점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이점 중 그 어느 것도 피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뜨거운 물 샤워를 자주할수록 피부에서 기름과 수분을 유지하는 보호물질을 쉽게 벗겨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피부 장벽에는 세라마이드, 지방산,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 물질이 밀집돼 있는데, 지질이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피부의 수분을 유지하고 환경 자극제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인 ‘알레르겐’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피부 장벽 위에는 ‘산성 보호막’이라는 얇은 층이 있다. 산성 보호막은 아미노산, 땀에서 발견되는 산, 모낭 근처의 분비샘에서 방출되는 유성 물질인 피지로 구성된다. 이 층은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유지하고 유해한 박테리아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뉴욕타임스 기사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피지가 일부 제거되면서 피부 장벽이 손상되기 쉽다는 것이다.

 

차가운 물보다 뜨거운 물이 피부 장벽을 파괴해 더 많은 수분 손실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페인 비르겐 데라스 니에베스 대학병원의 피부과 전문의 트리니다드 몬테로-빌체즈 박사는 2022년에 발표한 ‘뜨거운 물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서 “성인이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면 뜨거운 물이 더 많은 피부 손상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뜨거운 물은 찬물보다 피부의 수소이온농도지수(pH)를 높여 피부 장벽을 파괴하고 수분 손실을 증가시킨다.

 

샤워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피부에 미치는 영향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물 샤워는 모발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

 

애리조나 메이요 클리닉의 피부과 조교수인 일리카 호스 박사는 “피지를 방출하는 분비샘은 피부의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지만 두피에도 피지 분비샘이 많다”며 “뜨거운 물로 머리카락을 헹구면 두피 분비샘이 방출한 피지가 제거되면서 모발을 보호하는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습진이나 건선 등 뜨거운 물이 닿았을 때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 피부질환이 없다면 일주일에 1~2번 정도 뜨거운 물 샤워를 즐기는 것은 괜찮다고 조언한다.

 

미국 미시간 메디신의 피부과 의사인 블레어 젠킨스 박사는 “피부나 모발이 지성이고 기름기가 많다면 뜨거운 물 샤워를 더 자주해도 된다”고 말했다.

 

바보사 박사는 “뜨거운 목욕이나 샤워는 일상적인 일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피부를 생각한다면 매일하는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전문가들은 샤워할 때 계면활성제 등 자극적인 성분이 덜 포함된 클렌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