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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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가상자산에 위협이 될까 [코인 브리핑]

구글이 10자년에 걸쳐 풀 수 있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이 11일 한때 4% 급락했다. 가상자산의 생성, 거래, 보관 등이 모두 암호를 활용해 이뤄지는 만큼 양자컴퓨터 개발이 가속화하면 기존 블록체인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상자산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3시10분 9만4435달러까지 내려왔다. 전날 오후 기준 9만8000달러선에 머문 것과 비교해 4%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5%)과 리플(-13%), 솔라나(-6%) 등 알트코인들도 함께 급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의 구글 양자 인공지능 연구소에 설치된 ‘윌로’의 냉각시스템. 구글 제공

업계는 그동안 비트코인을 사들였던 부탄 정부의 매도 소식과 함께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칩 ‘윌로(Willow)’가 설치된 양자컴퓨터 공개가 이번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양자컴퓨터는 0과 1로 계산이 이뤄지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까지 계산할 수 있어 복잡한 계산을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 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매번 제기돼 왔다.

 

특히 가상자산은 수학적 암호를 푸는 방식의 채굴(발행)부터 거래, 지갑에서 보관까지 암호화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약점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그 시점은 먼 미래가 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을 가지는 비트를 기본단위로 하고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큐비트를 기준으로 하는데 구글의 양자컴퓨터는 105개 큐비트를 사용하지만 비트코인 암호를 풀려면 이보다 12만배 많은 큐비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양자컴퓨터에 블록체인이 깨지는 시점은 단기적으로 올 수 없고 만약 그 시점이 온다해도 그보다 전 세계 보안시스템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양자내성에 대한 연구도 이뤄져 블록체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양자컴퓨터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예측됐고 이에 대비해 시스템을 바꿔가는 로드맵도 마련돼 있다”며 “가상자산 체계 역시 양자컴퓨터가 빨리 풀 수 없는 영역이 있어 기존 주장들은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