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원·엔 재정환율이 20일 만에 50원 가까이 뛰어올랐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엔화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4.29원을 기록했다. 전날 오후 같은 시간보다 0.05원 하락했으나 지난달 20일 895.25원과 비교하면 20일 만에 50원가량 급등했다. 전날 한때 957.07원까지 치솟아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 당시 기록한 964.6원 이후 최고치에 오르기도 했다.
원·엔 환율 급등은 무엇보다 원화 가치 하락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원·엔은 미국 달러를 중개 통화로 사용하는 재정환율 방식으로 환율을 책정한다. 달러 대비 원화·엔화 환율을 비교 계산해 100엔당 원화 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최근 한국 경제의 둔화 흐름과 이에 따른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로 원화는 약세 압력을 받아왔다. 여기에 비상계엄 이후 탄핵 사태까지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는 1430원대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93.38원인데, 1400원대에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원화와 달리 엔화 가치는 상승세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8% 오른 151.670엔을 나타냈다. 지난달 중순 1달러당 157엔에 육박했던 엔·달러 환율은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언론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여파로 지난달 30일엔 150엔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원·엔 환율은 당분간 950원대를 오가며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깊어진 데다 BOJ가 금리 인상 방침까지 밝힌 만큼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비상계엄에 이어 정치적인 불안 상황이 더 이어진다고 하면 최대 1000원 가까이 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전날보다 5.3원 오른 1432.2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