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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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속 인물들 나약하지만, 또 다른 발걸음 내딛을 힘 있어” [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한림원 종신위원이 직접 소개

“작품 관통하는 색은 흰·빨간색
목소리 매혹적이게 부드럽지만
잔혹성과 상실감에 대해 말해
작품속에서 역사적경험 되짚어”

“(한강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상처를 입고 부서지기 쉬우며 어떤 면에서는 나약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거나 질문을 던질 만큼의 충분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위원회 위원이자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사진)은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년 노벨상 시상식 연설에서 한강의 작품들은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위원회 위원이자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이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맛손은 한강의 주요 작품을 관통하는 색상이 흰색과 빨간색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삶,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그녀의 (작품 속) 목소리가 매혹적일 만큼 부드러울 수는 있으나,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흰색과 빨간색은 한강이 작품 속에서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맛손은 2021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면서 “한강의 작품에서는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변화가 끊임없이 나타난다”며 “결코 잊어버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상처를 입고 부서지기 쉬우며 나약하지만, 그럼에도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거나 질문을 던질 만큼의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맛손은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 18명 가운데 한 명으로 올해 수상자 선정에 참여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관례에 따라 각 분야 선정기관 대표가 공식 시상 연설을 통해 그해 수상자를 무대 위로 호명한다.

 

아스트디르 비딩 노벨재단 이사장은 이날 시상식 개회사에서 문학상과 관련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fragility)을 심오하게 탐구한 작품에 수여됐다”고 소개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에 앞서 10월 10일 수상자 발표 당시 한강 작가의 선정 사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벨문학상 위원회는 “그는 육체와 영혼, 산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용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