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선생님들 가까이에 있는, ‘옆 반 선생님’ 같은 회장이 되겠습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에 30대 강주호(사진) 경남 진주동중 교사가 당선됐다. 30대가 교총 회장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총은 이달 5∼10일 진행된 투표 결과 강 교사가 50.66%를 얻어 제40대 회장으로 당선됐다고 11일 밝혔다. 회장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기호 2번 권택환 후보는 49.3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교총은 회원 수 10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교원단체로, 대표적인 보수 성향 교원단체로 꼽힌다. 1986년생으로 38세인 강 신임회장은 역대 최연소 회장이다.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최대 보수 교원단체를 이끌게 된 것이다. 최근 교원단체들이 젊은 교사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었던 만큼 강 회장 당선으로 교총도 젊어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강 신임회장은 “현재 교총 회원의 절반은 50·60대여서 이대로 가다간 없어질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며 “이전 교총은 행동, 실천에서 부족한 면이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실천해야 한다는 믿음, 젊어져야 한다는 열망이 표로 표현돼 당선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교총은 “강 신임회장은 2014년 입직한 젊은 교사지만 그 누구보다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교원들의 고충을 몸으로 대변해왔다”고 설명했다.
교총에서 2030청년위원회 교권분과위원장, 정책자문위원, 현장대변인 등을 역임한 그는 교권보호 입법, 급여수당 인상 등을 촉구하며 국회 앞 1인 시위를 하는 등 그간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앞으로도 현장 교사들과의 소통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강 신임회장은 “교사들은 가장 힘들 때 옆 반 교사와 소통한다”며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옆 반 선생님’ 같은 젊은 회장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전국을 돌며 소통하고 교사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강 신임회장은 주력할 사업으로 ‘교원119대응팀’을 꼽았다. 그는 “악성 민원이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교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출동해 시작부터 끝까지 교사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팀을 만들 것”이라며 “교총이 늘 든든한 교사들 편이란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선거에서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교원지위법 개정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보수·수당 현실화 △행정업무 완전 분리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그는 앞으로 학생인권특별법 저지, 주당 수업시수 20시간 미만 현실화, 교원 순직 인정제도 개선, 자율연수 및 학습연구년제 대폭 확대 등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강 신임회장은 “선생님을 지켜야 학교가 살고, 학교가 살아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현재 학교는 교사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더는 우리 선생님들이 아파하고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직접 전국을 두 발로 뛰어다니며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보수 성향 단체인 만큼 앞으로 교육부와의 관계도 주목된다. 강 신임회장은 “교육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지만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올바르지 않은 방향에 대해선 강하게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교총은 교육부 어용단체’란 말도 나오는데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