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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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쿵쾅거린 후 6세 아이 사과 보낸 윗집 엄마…받아줘야 하나"

층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아파트 입주민이 어린 자녀를 홀로 보내 사과시킨 위층 이웃의 태도에 황당함을 표했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치원 아이가 혼자 아랫집에 내려와 초인종 누르고 층간소음 사과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7세, 9세 남매 엄마라고 밝힌 A 씨는 "위층에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6세 남자아이가 산다. 딸보다 한 살 어려 친하지는 않고 만나면 인사만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윗집은 층간소음 매트를 안 깔고 카펫 한 장 깔고 사는 집이다. 이사 후 2년 동안 계속 뛰고 소음이 있었는데 저도 아이를 키우니 이해하고 넘어갔다. 위층 아이는 개구쟁이 여섯 살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토요일 그 아이의 생일파티가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열렸다. 아이들 여럿이 미친 듯이 뛰더라. 참다 참다 키즈 카페 다녀왔는데도 소음이 지속돼 관리실에 전화했더니 본인들이 몇 번 전화하고 찾아가서 조용히 해주십사 이야기했으니 이해해 달라더라. 저 말고도 옆집, 윗집 등 층간소음으로 계속 연락한 상황"이라고 했다.

 

A 씨는 밖에서 왁자지껄 우당탕 소리가 나길래 급히 나가 "평소에 뛰는 거 꾹꾹 참았는데 오늘은 너무하다. 지금 밤 9시"라고 하면서도 다들 아는 엄마들이어서 좋게 대화를 마치고 들어왔다.

 

뉴스1

 

월요일이 되자 A 씨 집에 누군가 찾아왔다. 위층 아이였다. 혼자 찾아온 아이는 롤케이크와 직접 그린 그림을 건네며 사과했다. A 씨는 "여섯 살 아기니까 사과 받아줘야 하냐. 생일파티 전 시끄러울 수 있다, 미안하다고 양해 구하는 거라면 이해하겠는데 이미 실컷 쿵쾅거린 후 부모가 제대로 사과하는 것도 아니고 애를 시켜서. 사과받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애한테 뭐라 할 수도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A 씨는 아이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 건넨 뒤 "엄마 전해드리고 케이크는 엄마 아빠랑 먹어. 아줌마는 싫어해. 그림도 OO이 방에 예쁘게 붙여놔. 그리고 앞으로 밤에는 뛰지 마"라고 부드럽게 말한 뒤 돌려보냈다.

 

이후 아이 엄마한테는 따로 연락이 없었다. 하원 버스를 기다리다 만난 아이 엄마는 A 씨에게 "그날 너무 시끄러웠죠. 죄송해요. 저희가 말린다고 말렸는데 애들이 신이 나서. 언니 제가 OO이 교육하려고 야단치고 선물이랑 그림 그리게 해서 안 가겠다는 거 겨우 보낸 건데. 케이크랑 그림 좀 받아주지 그러셨냐. OO가 언니네 다녀오고 울었다. 애써 용기 내서 간 건데 너무해요"라고 말했다.

 

A 씨는 "은근히 제 탓을 하더라. 처음에는 진짜 사과하는 줄 알고 생일파티인데 당연히 흥분하죠, 이해해요. 괜찮아요. 앞으로 밤에만 못 뛰게 해달라고 하다가 나중엔 어이가 없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사과받으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고 한 번 더 교육하면 되겠네요. 낮에는 괜찮은데 8시 넘으면 좀 못 뛰게 해달라'고 하니까 분위기가 싸해지더니 저 보는 앞에서 단톡방에서 대화 주고받더라. 흉보는 거겠지"라고 말했다.

 

A 씨는 "아래층에 아이 혼자 보내서 사과시키는 게 가능하냐. 층간소음으로 분노가 쌓이고 쌓인 사람이라도 살면 어떻게 하려고. 제대로 못 말리고 교육 못 시킨 부모의 잘못을 왜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하는지. 아동 학대 같기도 하다. 현장에 같이 있던 7세 반 엄마들 4명 중 2명도 '그래도 아이가~'라며 사과를 받아줬어야 한다는 의견이더라. 사과를 받아줬어야 했냐"고 물었다.

 

누리꾼들은 "사과할 일이 있으면 부모가 애 손잡고 내려와서 본보기로 사과하는 게 맞지. 유치원생을 그것도 자식을 방패막이로 쓰는 거 끔찍하다", "케이크 안 받은 거 잘했다. 그거 받고 또 뛰면 어떻게 따지냐. 입막음용인 거 그 집 엄마도 아는 사실 아니냐", "이런 건 부모가 사과하는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