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 출신의 11세 소녀가 지중해에서 이주민들을 태운 보트가 침몰한 뒤 차가운 바다에서 사흘간 홀로 버틴 끝에 구조됐다.
11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비영리단체(NGO) '컴퍼스 콜렉티브'는 이날 새벽 3시20분께 지중해에서 표류하는 소녀를 발견해 구조했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소녀는 구명조끼를 입고 타이어 튜브 2개에 의지한 채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날 오전 6시께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소녀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소녀는 구조대원들에게 자신이 탔던 보트가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스팍스에서 출발해 45명을 태우고 항해하던 중 폭풍에 휩쓸려 침몰했다고 말했다.
컴퍼스 콜렉티브는 "이 소녀가 이번 조난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나머지 4명은 모두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소녀는 구조 전까지 사흘간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지 못했고, 저체온증 상태였으나 다행히 의식은 명료하고 신체 반응도 좋다고 구조에 참여한 의사 마우로 마리노가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에 전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와 경찰 보트가 실종자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시신이나 사고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안사 통신은 설명했다.
또 다른 NGO '메디테라네아 세이빙 휴먼스'는 최근 튀니지와 람페두사섬 사이에서 최소 3건의 선박 전복 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각각 45명, 75명, 45명을 태운 선박들이 11월 말 튀니지에서 출발했으나 교신이 끊겼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은 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워서 튀니지나 리비아 등에서 선박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과 이주민의 주요 기착지로 꼽힌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떠나는 이주민들이 급증하면서 지중해는 점차 '죽음의 바다'가 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한 해 동안 총 18만5천623명의 이주민이 남유럽에 도착했으며, 그중 17만5천명 이상이 지중해를 건넜다.
전체적인 도착 건수는 2015∼2016년의 정점기에 비해 감소했지만, 사망자 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UNHC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2천250명이 지중해 루트에서 보트가 뒤집히는 사고 등으로 숨지거나 실종됐다.
2023년에는 그 수가 4천110명, 2022년에는 3천17명으로 집계됐다고 UNHCR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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