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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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젤렌스키가 성탄절 휴전 거부”… 우크라 “푸틴 편드나”

오르반 헝가리 총리, 푸틴과 1시간 동안 통화
이후 SNS 통해 “우크라, 성탄절 휴전 거부해”
우크라 대통령실 “헝가리, 유럽의 단결 저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성탄절에 맞춰 휴전과 포로 교환을 실시할 것을 우크라0이나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EU) 이사회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헝가리가 서방의 단결을 해치고 있다”며 오르반을 맹비난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왼쪽)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오르반은 이날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대화는 약 1시간 동안 이뤄졌으며 두 정상은 “분쟁 해결을 위한 정치적·외교적 해법을 공동으로 모색하자”고 뜻을 모았다.

 

문제는 통화 후 오르반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비판한 점이다. 그는 “우리(오르반·푸틴)가 크리스마스 휴전과 대규모 포로 교환을 제안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분명히 거부하고 배제한 것은 슬픈 일”이라며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밝혔다. 크레믈궁 역시 오르반과 보조를 맞추듯 “키이우 정부가 평화 협정을 배제하는 파괴적 입장을 채택했다”고 거들었다.

 

이에 젤렌스키는 분노를 감추지 않으며 헝가리가 유럽의 분열을 획책한다는 취지의 비판을 가했다. 그는 “누구도 단결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의 개인 홍보를 우선해선 안 된다”며 “(유럽 국가들) 모두가 공동의 성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르반 총리가 푸틴과 전화를 하기 전 우리에게 이를 알리거나 협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우크라이나는 헝가리와 휴전에 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헝가리는 EU 회원국인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다. 그런데 오르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푸틴과 절친하게 지내며 EU 및 나토의 권고를 내놓고 무시해왔다. 그가 ‘유럽의 이단아’로 불리는 이유다.

 

특히 지난 7월1일 헝가리가 6개월 임기의 EU 이사회 의장국이 된 뒤 오르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즉각적 휴전이 마치 EU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에 EU 집행부는 물론 독일, 프랑스 등 다른 EU 회원국들도 “오르반은 헝가리 정상일 뿐 EU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고 나섰다.

 

오르반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내가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르반은 그런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며 “트럼프야말로 전쟁을 종식시킬 유일한 지도자”라고 찬사를 바쳤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