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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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소 5년 만의 조국 유죄 확정, 사필귀정이나 너무 늦었다

대법원 3부가 어제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조 전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향후 5년간 대선, 총선 등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자녀의 대학 입시 관련 비리,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등 검찰이 제시한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무엇보다 대학 입시의 공정성에 심각한 불신을 초래한 조 전 대표의 징역형 확정은 사필귀정이라 하겠다.

2019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던 조 전 대표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을 때 국민 다수가 분노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딸 조민씨가 고려대 생태환경공학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조 전 대표 부부가 저지른 온갖 비리가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남들에겐 개천에서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처럼 살라고 권하며 정작 자신의 자녀만은 ‘용’으로 키우려는 이율배반 행태에 치를 떤 이가 많았다. 오죽하면 조 전 대표의 장관 임명을 놓고 ‘조국 사태’란 말까지 생겨났겠나.

앞서 1·2심 법원은 조 전 대표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형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에 조 전 대표는 혁신당을 창당하고 올해 4월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의원 12명을 거느린 원내 3당 대표가 된 그는 과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열심히 거들었다.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자 “중차대한 시기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데 주요 정당들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란 황당한 사유를 대며 대법원에 선고 연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급심에서 법정구속이 이뤄졌다면 조 전 대표 같은 범죄자가 금배지를 다는 기막힌 일도 없었을 텐데 씁쓸할 따름이다.

2019년 12월 재판에 넘겨진 조 전 대표의 유죄가 확정되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판사들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격언을 깊이 새기길 바란다. 현재 법원에선 여러 범죄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이 열리고 있다. 이미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이 대표가 조 전 대표처럼 탄핵 정국을 빌미로 2심 선고를 최대한 늦추려 할 가능성이 크다. 사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이 대표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