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지난해 개봉(한국은 올 3월 개봉)해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소환되고 있다.
셀린 송 감독(영화 ‘넘버쓰리’ 송능한 감독의 딸)의 첫 연출작인 이 영화는 서울에서 살던 어린 시절첫사랑인 ‘나영’과 ‘해성’이 어른이 된 후 우연히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연결되고 뉴욕에서 다시 만나 서로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올해 미국 감독 조합상(신인감독부문)과 전미 비평가 협회상(작품상), 런던 비평가 협회상(외국어영화상), 미국 골든글로브·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 후보 등 전 세계 영화제 67관왕을 차지하고 200개 가량 후보에 오르며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 청룡영화제에도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올라 ‘서울의 봄’, ‘파묘’ 등과 겨뤘다.
국내에서 지난 3월 개봉했다가 일찌감치 상영이 끝난 이 영화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 다시 소환됐다. 영화 속 어린 나영의 대사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 영화감독인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된 나영의 꿈은 작가인데, 반 친구들이 이민 가는 이유를 묻자 “한국 사람들은 노벨문학상을 못 타(잖아)”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강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영화가 오보를 내게 된 재밌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영화에서 성인이 된 태오 역할을 맡았던 배우 유태오는 앞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나오자 자신의 SNS에 해당 대사가 나오는 극 중 장면 사진을 올린 뒤 마치 훗날 뉴욕에서 만난 나영(그레타 리)에게 말하듯 “한국에 남아있지 그랬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한강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은 시상식 후 연회에서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고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는 것은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이며, 문학상을 받는 것은 1901년 이 상이 처음 수여된 이래 123년 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