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유독가스 누출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 경찰과 현대제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2분쯤 충남 당진 송악읍 당진제철소에서 노동자 A(59)씨가 심정지로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 직원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A씨는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계 설비를 담당하던 A씨는 사고 당시 제강공장 외부 설비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에 나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설비는 제철 용해 과정에서 생기는 질소나 일산화탄소 등 제철 부생가스가 지나가는 배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가 난 곳은 지난달 가스 유출 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던 곳으로 A씨는 혼자 가스 누출을 점검하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A씨는 간이 산소통을 소지하고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A씨는 내년에 퇴직을 앞두고 있던 선임 책임자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일상 업무로 점검차 현장에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퇴근 직전에 혼자 나섰다가 퇴근 시간이 지나도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자 직원들이 현장에 갔고, 쓰러진 A씨를 발견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질식에 따른 사망이라는 의료진의 설명을 토대로 A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정밀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현대제철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와 업무상과실치사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노동 당국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사내 소방대원들이 구조하러 갔을 때 가스누출 측정기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서 측정기가 제대로 작동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남지부는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내 안전 보건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것으로 ‘2인 1조’ 작업지시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혼자 일 하다가 중대 재해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제철은 아서 지난해 12월 당진공장에서 발생한 50대 하청업체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았다. 2022년 3월에도 당진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금속을 녹이는 대형 용기에 추락해 숨졌다. 현대제철은 대기업 중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같은 해 예산공장에서도 2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철골 구조물에 깔려 숨지기도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관계 당국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