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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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에 바빠진 외교부, 美·日·中 즉각 접촉…러 “한러관계 회복 기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외교부도 이 상황을 주요국 등에 설명하고, 대외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러시아 측은 이번 탄핵이 향후 한·러 관계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여지를 두는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는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미국, 일본 등 우방국 측을 접촉했다. 외교부 대변인실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공지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이날 저녁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접견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국내 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의 외교·안보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으며, 한미동맹을 지속 강화·발전시켜 가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양측은 굳건한 한미동맹 발전을 위해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도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면담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국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차관은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며,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엄중한 국제정세 하에 앞으로도 긴밀히 소통하는 가운데, 한일·한미일 간 공조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어 정병원 차관보가 팡쿤 주한중국대사대리를 면담했다고 밝혔다. 역시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 유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강조한 자리였다. 양측은 한중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면서 한중 경제협력 증진 및 인적교류 활성화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탄핵안이 가결되자마자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빠른 소통을 하기 위해 장관, 차관, 차관보가 각각 주한 대사들과의 면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경우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의 입장만이 알려졌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 결정에 대한 논평 요청에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편에 서서 통치권을 돌려주도록 투쟁할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대통령의 권한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정지되어 일시적으로 국무총리에게 이양된다”고 말했다. 국회 표결이 탄핵 문제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선고 후에야 성립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이어 한·러 관계에 대해 “최근 돌아올 수 없는 지점(우크라이나에 한국이 살상무기 직접 공급을 결정하는 시점)에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으나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며 “이는 양국 관계가 안정화하고 향후 회복될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내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적인 사건들이 궁극적으로 이러한 회복 가능성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이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