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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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안 가결…부동산시장에 ‘짙은 그림자’ 드리우나? [일상톡톡 플러스]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조기대선 가능성 가시화 전까지

부동산 시장은 ‘눈치 보기’ 장세 이어갈 가능성 높을 듯

“다음 집권 세력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우려 공존”

#.1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아파트 매입을 고민하다가 결정을 미뤘다. 이 씨는 "대출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내년도 집값 하락 우려가 계속되는 데다,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섣불리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2.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 이후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정부 정책 방향이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3.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의 정치적 리스크는 부동산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한층 가중시키는 요소"라며 "내년에도 매수 심리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1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14일 가결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내수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로 어려운 상황에 정치적 변수까지 더해지며 내년에도 관망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인 ‘270만 가구 공급‘과 임대차 3법 재검토 등도 동력을 잃었다. 이미 주택 거래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전부터 냉각 상태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829건으로, 석 달 연속 3000건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7월 9206건에서 급격히 감소한 수치다.

 

특히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던 중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12월 둘째 주 0.02% 상승하며 3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강동구(-0.02%)와 동대문, 은평, 서대문, 광진구(모두 -0.01%)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부동산 시장은 눈치 보기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거래량 증가와 가격 회복은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도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다. 2016년 10월 1만3467건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2월 탄핵소추안 통과 후 9654건으로 떨어졌고, 이듬해 1월에는 4627건으로 석 달 만에 66% 감소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도 0.88% 하락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04년에는 서울 주택 가격이 0.39% 상승하며 직접적인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치적 변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 여건과 정책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시장에서는 다음 집권 세력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과거 정책을 복기하는 움직임도 일부 나타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주택 가격 변동 요인이 달라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대출 규제로 인해 중저가 주택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 공급 절벽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2026∼2027년 전월세 시장 불안이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270만 가구 공급‘ 정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대차 3법 재검토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야당 반대가 컸던 정책들은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 역시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 개정이 어려워 한시적 유예 상태에 머물고 있다.

 

특히 주택 공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36만 가구에서 내년 26만 가구, 2026년에는 15만 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국 불안 속에서 주택사업 인허가 과정이 지연되고, 행정적 지원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회에는 재개발·재건축 기간 단축 및 용적률 상향 특례법, 재건축 조합 설립 동의율 완화 등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에 밀려 부동산 법안 심의가 지연될 경우 주택 공급이 더욱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일관된 주택 공급 대책이 추진돼야 시장 안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후속 정국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이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