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이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선출직인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 국민의힘 최고위원 4명이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퇴하면서 ‘한동훈 지도체제’가 사실상 붕괴한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및 청년 최고위원 중 4인 이상 사퇴 시 최고위원회의가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사퇴한 4명 중 김·인 최고위원은 친윤(친윤석열)계로, 장 최고위원과 진 청년최고위원은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한 대표는 여전히 대표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 대표는 이날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진행된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의 결과를 대단히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집권 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취 관련 질문에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 총 사퇴를 결의하면서 한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은 더욱 커졌다.
당헌상 당대표 권한대행은 당대표 '사퇴 또는 궐위' 시 둘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혼란도 불가피하다. 친한계는 한 대표가 사퇴하지 않아 비대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한 대표 역시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이에 친윤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시 이정현 당 대표가 물러나면서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사례를 들며 한 대표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설사 한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더라도 다수 의원이 등을 돌린 만큼 정상적으로 당을 이끄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대표의 위기와 함께 친한계 의원들의 운명도 관심이 쏠린다. 당내 친한계 의원은 20명 안팎으로 소수다. 한동훈 대표라는 그늘이 사라지면 당내 소수에, 비주류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 대표가 물러나면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임하면서 비대위원장을 인선하는 등 친윤계가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점도 친한계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로서 탄핵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탄핵 찬성 국민이나 반대 국민이나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며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라며 “헌법과 법률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정한 결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