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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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9시간 전투헬기 조종 후 난청… 法 "국가유공자 인정해야"

21년간 육군에서 전투 헬기 조종사로 근무하다 난청이 생긴 퇴역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최근 퇴역 군인 A씨가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500MD공격헬기. 연합뉴스

1990년 육군에 입대해 헬기 조종사로 일하던 A씨는 2010년 병원에서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을 진단받은 뒤 2011년 정년 퇴역했다. A씨는 2021년 청력검사를 받았는데, 청력 역치가 우측 65dB(데시벨), 좌측 56dB로 나타났다. 청력 역치란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의 크기로, 정상인은 평균 25dB 정도가 나온다. 

 

A씨는 2022년 1월 재해부상군경으로 등록된 후 같은 해 12월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다. 그러나 보훈당국은 이듬해 6월 A씨의 난청이 “국가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을 직접적인 주된 원인으로 해 발생한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재판부는 헬기 조종 중 노출된 소음이 난청의 주된 원인이며, 헬기 조종은 국가의 수호 등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해 A씨의 손을 들어 줬다. A씨가 제출한 비행 경력증명서에 따르면 A씨는 총 비행시간 5764시간 중 4319시간 전투 헬기를 조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주로 조종한 500MD 헬기는 평균 소음이 약 101dB에 달하는데, 산재보험법은 일터에서 85dB 이상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돼 청력이 손실된 노동자를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재해부상군경으로 등록했다는 것은 (A씨 난청과) 군 복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다”며 “군 복무가 아닌 A씨의 기왕증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보훈청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헬기를 조종하는 것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를 위한 경우라고 할 것이므로 A씨는 공상군경(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