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은 ‘만성질환’이나, 노화에 따른 ‘퇴행성 질환’으로 불린다. 사람의 뼈는 오래되면 파괴되고, 새로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노화와 폐경 등으로 파괴되는 뼈의 양이 생성되는 뼈보다 많을 때 이런 균형이 깨져 뼈에 구멍이 생기는 골다공증이 발생한다.
골다공증의 미덕은 ‘꾸준한 관리’가 꼽힌다. 그러나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이 급격하게 높을 때는 ‘천천히 오래’보다 ‘빠른 대응’도 중요하다.
◆골다공증에도 응급이 있다?
골다공증은 골밀도 점수 T-스코어(score)를 통해 진단된다. T-스코어는 연령대가 비슷한 건강한 성인의 평균 골밀도를 기준으로 그와 비교해 개인의 골밀도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0 이상이면 정상, -1.0∼-2.5 사이면 ‘골감소증’,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된다.
골다공증과 골절을 특히 주의해야 할 사람은 바로 폐경 후 여성이다. 대한골대사학회의 ‘골다공증 팩트시트 2023’에 따르면 60대에서는 골감소증·골다공증이 없는 ‘정상’인 경우가 9.2%에 불과하고, 70대 이상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1.5%에 불과하다.
-2.5 이하라고 똑같은 골다공증은 아니다. T-스코어가 1.0 단위로 낮아질 때마다 골절 위험은 1.5∼2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을 만큼 그 수치에 따른 결과는 차이가 크다. 이런 경우가 주저앉듯이 넘어지거나, 기침·재채기를 할 때, 가구에 툭 부딪히는 가벼운 충격에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
대한골대사학회는 진료지침을 통해 골밀도 △고령이면서 T-스코어가 -3.0 이하 △최근 12개월 내 골절 △FRAX(골절위험평가도구·Fracture Risk Assessment Tool)에 의한 10년 대퇴골절위험 4.5% 이상 또는 주요 골다공증 골절위험 30% 이상의 경우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권고한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김홍석 교수는 “골다공증 검사는 간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본인의 골밀도를 챙기는 것이 좋다”며 “만약 골밀도 점수가 -3.0보다 낮거나 이미 골다공증 골절 경험이 있다면 ‘골절 초고위험군’임을 인지하고 골절 위험을 빠르게 낮출 수 있는 강력한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다공증 치료제는 크게 낡은 뼈의 파괴를 막는 골흡수 억제제(비스포스포네이트, 데노수맙 등)와 새로운 뼈 생성을 돕는 골형성 촉진제(로모소주맙 등)로 나눌 수 있다.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은 골형성촉진제를 우선적으로 복용하고, 장기적으로 병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골절 초고위험군에게는 뼈의 파괴를 막으면서 새로운 뼈를 만드는 기능이 모두 가능한 이중 작용기전의 골형성 촉진제를 사용한다“며 “한 달에 한 번 주사 치료로 골절 위험으로부터 뼈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전했다.
◆골절은 또 다른 골절을 부른다
골다공증으로 골절을 경험한 사람은 향후 골절 가능성도 높다. 연구에 따르면 폐경 후 여성이 골다공증으로 첫 골절 발생 1년 내 추가 골절을 겪을 위험은 5배나 높다. 약해진 뼈에서 골절이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뼈를 튼튼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재골절을 겪을 위험이 높다. 그러나 골다공증 치료 환자 중 골절 발생 후 1년 내 약물치료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9%에 불과하다.
골다공증 팩트시트 2023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2013년 33만8000여건에서 2022년 43만4000여건으로 28% 이상 증가했다. 부위별 골다공증 골절 위험은 차이가 있다. 넘어질 때 손을 짚으면서 주로 발생하는 손목 골절은 비교적 운동신경이 좋은 50대에서 발생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고관절·척추 골절 발생률이 증가한다. 골다공증 골절 재골절의 72%는 척추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골다공증 환자는 일반인 대비 척추 수술을 진행하더라도, 척추 재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4.7배 높으며, 이로 인해 재수술하는 비율도 3.7배 높아진다. 50대의 손목 골절은 치료 시기가 짧고 비용도 낮은 반면, 고령층의 고관절·척추 골절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악화시킨다. 골절 이후 와병생활로 욕창, 폐렴, 요로감염, 하지정맥혈전, 폐색전증 등 합병증을 동반하거나 이로 인해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고관절 골절 발생 이후 1년 내 사망률은 17%, 척추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은 6%에 이른다.
김홍석 교수는 “폐경기 여성 가운데 골다공증으로 취약해진 뼈를 방치하다가 뼈가 부러지고 나서야 이를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골다공증 골절로 거동이 불편해진 환자들은 산책이나 장보기와 같은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특히 고령 환자일수록 골절로 인한 예후는 매우 나쁘기 때문에, 골절 후에도 적절한 골다공증 치료를 받지 않거나 치료를 중단할 경우 추가 골절로 인한 여러 동반질환과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며 꾸준한 치료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