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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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63일·박근혜 91일… 헌재 선고 시점 변수는 [’尹 탄핵’ 가결 이후]

2025년 4월 재판관 2명 퇴임 전 결론 내릴 듯

공석 3명… 국회 몫 2024년 내 임명 절차
尹, 심판 절차 정지 신청 가능성도 거론

국회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헌법재판소는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탄핵심판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따르면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최장 180일인 내년 6월11일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이전의 두 차례 탄핵심판은 이보다 훨씬 빠른 2∼3개월 이내에 결론이 났다.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뉴스1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이를 고려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도 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내에는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재판관 6인 중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4월18일 종료되는만큼 이들 퇴임 전에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재판관 임명 이후로 결론을 넘길 경우 국정 혼란이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론도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 하루 전에 나왔다.

공석인 재판관 3인의 충원 시점과 윤 대통령의 심판절차 정지 신청 가능성은 선고 시점의 변수로 꼽힌다. 헌재는 국회 몫 추천 재판관 3인이 10월 퇴임한 이후 현재까지 재판관 정원인 9명에 미치지 못하는 6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윤석열정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이어오며 재판관 공석 상태를 방치해온 민주당은 재판관 인선에 속도를 내 올해 내에 조속히 마무리 짓겠단 계획이다.

탄핵 인용 결정은 헌재법상 ‘재판관 6인 이상’이 탄핵에 찬성해야 내릴 수 있는데 현 체제에서는 재판관 1명만 다른 의견을 내도 탄핵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현재 헌재는 중도 성향 2명(김형두·정정미), 보수 성향 2명(정형식·김복형), 진보 성향 2명(문형배·이미선)으로 구성됐단 평가를 받는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한 헌재재판관들.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정형식 재판관. 연합뉴스

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변호사는 보수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임명되면 진보 성향 재판관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다. 진보·중도 성향 재판관을 합하면 탄핵 인용 결정에 필요한 6명을 채우게 되는 셈이다.

헌재가 앞서 ‘재판관 6인으로도 사건 심리를 할 수 있다’며 정족수 조항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을 감안하면 현 6인체제에서 바로 변론준비절차를 걸쳐 정식 변론 기일을 열 가능성이 높다. 대신 새 재판관들이 임명되면 이전 변론들을 다시 직접 확인하기 위한 ‘변론갱신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기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심판절차 정지를 신청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헌법재판소법 51조는 심판 대상과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재판부가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준성 검사장은 지난해 12월1일 탄핵소추됐지만 고발사주 의혹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헌재가 탄핵심판 절차를 정지했다. 현재 내란죄 등으로 수사 대상이 된 윤 대통령 역시 탄핵심판 도중 기소돼 재판에 넘겨질 경우 헌재에 심리 정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는 강제 조항이 아니며, 이미 내란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드러난 만큼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