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 오전만 해도 ‘오늘은 탄핵소추안이 넘어가겠구나’ 생각했는데, 의총을 마치고 본회의장에 들어갈 땐 ‘잘하면 오늘도 부결시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15일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세계일보에 전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 직전 긴박했던 여당 분위기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전날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여당 이탈표가 생각보다 적게 나와 탄핵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개표 결과 윤 대통령 탄핵안은 찬성 204표, 반대 85표로 국회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다. 무효표가 8표나 나왔고 기권표도 3표였다.
범야권 192석을 고려하면 여당 이탈표는 최소 12표로 추정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것치고는 적게 나온 셈이다. 당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2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여당의 탄핵찬성파 의원 상당수가 무효 또는 기권표를 던져 ‘소극적 찬성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전날 투표함에선 ‘가부’라고 적거나 ‘가’라고 쓴 뒤 큰 점을 찍은 무효표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자를 잘 못 기재하는 등 실수에 의한 무효표가 아닌 고심의 흔적이 담긴 무효표들이라는 것이다.
탄핵안에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내란 공모자’로 적시된 게 탄핵찬성파의 마음을 막판에 뒤흔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내란의 우두머리로서 추 전 원내대표와 공모했고,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밖에서 의총을 소집했다’고 돼 있다.
한 TK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를 지휘했던 추 전 원내대표가 내란 공범이라는 데 동의하는 건 자기 부정”이라며 “탄핵안의 사실관계도 맞지 않아 추 전 원내대표가 억울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또 “야당이 국민의힘에 ‘내란 정당’ 딱지를 붙여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려는 속셈인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의총장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법리적으로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가, 증거 자료로 언론 기사만 제시해 부실한 탄핵안이라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고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직접 나서 “야당이 작성한 탄핵안에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으니 오늘만큼은 기권표라도 던져달라. 탄핵안을 무리하지 않은 내용으로 고쳤을 때 찬성하면 되지 않느냐”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의총에서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탄핵안을 만들자는 데 반대하는 의원이 없었는데, 가결돼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