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여파로 미 달러화가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내년에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지시간 1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매슈 혼바크 거시경제 전략가와 제임스 로드 외환·신흥시장 수석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말 달러화 가치가 현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관세 및 감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이것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면서 달러화는 최근 주요 통화 대비 강세 랠리를 보였다.
그러나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효과를 뺀 실질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위험 선호심리 개선 효과가 맞물리며 달러화에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설명했다.
실질 금리 하락으로 달러화를 보유할 상대적인 매력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투자심리 개선으로 비(非)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니얼 토본 시티그룹 전략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잠재적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들이 달러화 강세에 베팅해 온 투기 세력을 실망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투기 세력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무역 정책이 본질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달러화 매수 포지션을 구축해왔지만, 실제 정책이 실행될 경우 이런 분위기가 뒤집힐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포인트72 애셋매니지먼트의 소피아 드로소스 전략가는 “달러화에 대한 낙관론이 이미 가격에 많이 반영됐다”면서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에서 성장세가 회복될 경우 달러화에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로소스 전략가는 유럽연합(EU)이나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행보 등을 언급하며 “내년 들어 글로벌 경제가 강해질 수 있는 기반 요소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JP모건의 미라 챈던 글로벌 외환전략 공동수석도 “연준이 상당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달러화가 상대적인 금리 및 성장세 우위를 잃게 된다면 달러화 약세가 매우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 경제가 강세를 지속하고 연준이 예고한 대로 내년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경우 ‘킹달러’(달러 강세) 행진이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 발생 여부도 달러화 가치의 등락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