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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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금감원에 “비밀유지계약 위반 의심” 진정…MBK “악의적 비방” 반박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가 비밀유지계약을 어기고 과거 자사를 대상으로 한 신규 투자 검토 목적으로 제공받았던 자료를 거꾸로 자사 경영권 인수 시도에 활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냈다. MBK파트너스는 “억지 주장과 말꼬리 붙잡기식의 악의적 비방”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 등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고려아연은 15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MBK파트너스의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의혹에 대해 조사 및 검사가 필요하다고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MBK 측이 과거 고려아연으로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 및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전망하는 112페이지에 달하는 미공개 컨설팅 자료를 넘겨받고 이 정보를 적대적 M&A에 활용해 시장 안정과 거래 질서를 해친 것으로 의심된다”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전반적 조사와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해당 법인들의 주요 종사자들을 성명불상자로 기재해 진정하면서, MBK 소속으로 각종 위법행위 실행을 결정한 사람, 그 실행을 지시한 사람과 그러한 지시에 따라 위법행위를 수행한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 언론에서 제기됐던 의혹이 구체적이었던 반면, MBK파트너스 측 해명은 석연치 않아 금감원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2년 전 고려아연 신규 투자를 검토했다. 당시 고려아연 측으로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자료를 제공받고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MBK와 고려아연이 이와 관련해 체결한 비밀유지계약(NDA)은 지난 5월 종료됐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M&A를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건 지난 9월12일로 고려아연과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석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이를 토대로 고려아연은 최근 공개적으로 MBK파트너스가 당시 투자 검토용으로 제공받은 자사 내부 자료를 활용해 자사 대상 공격적 인수합병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MBK에 넘어간 자료가 112페이지 분량으로 신사업에 대한 구체적 투자 계획과 사업 성장 전망, 예상 매출액, 미래 기업가치 추정 등 당사가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해온 정보들로 구성돼 있어 공개매수가 설정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MBK파트너스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아시아 최대 규모 사모 펀드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고려아연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단순히 사인 간의 계약 위반 문제가 아닌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건전성을 저해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앞. 사진 연합뉴스

MBK파트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 측에서 억지 주장과 말꼬리 붙잡는 식의 악의적 비방을 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한 MBK 파트너스 ‘바이 아웃’ 부문은 고려아연 측이 주장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한 컨설팅 자료’를 본적도, 읽은 적도 없었으며, 고려아연 측에서 억지 주장을 펼치기 전까지 그런 자료의 존재 또한 알지 못했다”며 “당연히, 해당 자료를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MBK파트너스가 당시 고려아연 투자를 검토했던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과,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바이아웃’ 부문이 상호 정보교류가 차단된 채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측에서 마치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처럼 언급했던 일본 어코디아 넥스트 골프와 중국의 렌터카 회사 Car Inc에 대한 투자 활동은 이미 투명하게 모두 공개가 됐던 사안들로, ‘바이 아웃’ 부문은 해당 회사들의 경영권 지분에 투자한 것이며, ‘스페셜 시튜에이션스’는 다른 투자자들과 공동으로 관련 회사들에 ‘사모대출 관련 투자’를 집행한 투자건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스페셜 시튜에이션스가 2년 전 최윤범 회장과 사적 친분으로 알려진 관계자로부터 받은 투자 제안 건은 투자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도 않은 채 실무단에서 사장된 건”이라고 덧붙였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