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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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육친화주택’ 속도 주거·돌봄 부담 확 낮춘다

市 ‘아이사랑홈’ 정책 눈길

양육 가구에 초점 맞춰 차별화
최장 20년·시세보다 싸게 공급
건물 내 병원·어린이집 등 갖춰
당산 등 2곳 2029년 입주 목표

‘0.55명.’

지난해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으며 전국 평균인 0.72명에 한참 못 미친다. 서울시의 경우 주택가격 부담이 커 가족을 구성하고 자녀를 출산하는 주 연령대인 30~40대의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이들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출생률 제고를 위한 필수 과제다. 이에 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저출생 주거대책 중 하나가 양육친화주택 ‘아이사랑홈’이다.

 

그간 저출생 주거 정책이 주로 결혼을 앞둔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대상이었다면, 아이사랑홈은 양육 가구에 초점을 맞춘 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양육자들의 최대 어려움인 주택문제 해결과 돌봄부담 경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시는 아이사랑홈이 양육 가정이 양육 기간 도움을 받고 더 나은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16일 시에 따르면 아이사랑홈은 양육에 최적화된 주거 모델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동안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최장 20년 거주를 보장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주변 시세의 35~90% 수준으로 공급한다.

같은 건물 안에 서울형 키즈카페, 우리동네 키움센터, 어린이집, 병원 같은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 한 건물 안에서 양육과 관련된 일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아이사랑홈의 매력 중 하나다. 집에서 가까운 정도를 넘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처럼 양육 기반시설을 품은 아파트인 셈이다.

 

아이사랑홈은 당산동 공용주차장 부지와 남부여성발전센터 부지에 우선 조성될 예정이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건립해 공급한다. 당산동 부지는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200m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 공간이다. 양육 기반시설과 상상나라 등 복합문화시설이 대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2026년 착공해 2029년 입주를 목표로 건립된다. 지하 6층~지상 35층, 총 380가구(59㎡ 292호, 84㎡ 88호) 규모이며 양육 가구가 가장 선호하는 59㎡와 84㎡ 두 가지 타입으로 공급된다.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남부여성발전센터 부지는 주택과 어린이집, 키즈카페 등 일상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입주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 모두 이용하는 지역의 거점공간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하 2층~지상 10층, 총 200가구(59㎡ 120호, 84㎡ 80호) 규모로 2026년 착공돼 2029년 공급 예정이다.

시는 타당성 조사와 중앙투자심사 면제를 통해 아이사랑홈 조성사업 속도를 높였다. 현행 지방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은 타당성 조사, 300억원 이상인 투자사업은 중앙투자심사 대상이 된다. 그러나 시가 이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 및 투자심사 협의면제’를 행정안전부에 요청했고, 행안부가 협의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 기간이 1년가량 단축됐다.

시는 아이사랑홈 사업을 국토교통부 지역제안형 특화주택 공모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제안형 특화주택은 사업시행자가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자격, 선정방법, 거주 기간 등 지역 특성에 맞춰 임대계획을 설정하고 제안하는 사업이다. 시는 양육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양육자 중심의 공급기준을 마련해 국토부에 사업을 응모했고, 이달 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시는 아이사랑홈 입주대상으로 ‘서울시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서 12세 이하 자녀(태아 포함)를 둔 사람’으로 설정했다. 우선공급(90%)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의 150%(2인 가구 160%) 이하, 일반공급(10%)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의 180%(맞벌이 190%) 이하로 정했다. 거주 기간은 입주 시 10년, 입주 이후 자녀 출산 시 20년이다. 태아를 포함해 자녀가 어릴수록, 자녀가 많을수록 높은 배점을 받는다.

시는 공공이 조성해 공급하는 아이사랑홈을 추진하는 동시에 민간에서 공급하는 기존·신축 아파트 중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갖춘 아파트를 아이사랑홈으로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올해 두 번의 공모를 통해 총 17개의 아파트가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받은 아파트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같은 어린이 시설이 도보권 내에 위치하고 단지 내 안전시설, 육아 지원·주민공동시설이 조성되는 등 양육친화적인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들이다.

시는 이곳에 옐로 카펫 등 어린이 안전시설 설치 보조금(단지당 최대 500만원)을 인센티브로 제공해 단지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사랑홈 인증서와 현판도 수여했다.

김선순 시 여성가족실장은 “양육친화적 주거환경을 통해 양육자가 아이를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저출생 문제 해결의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아이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양육자와 아이, 지역주민까지 모두 행복한 양육친화주택 아이사랑홈을 활발히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