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부상하며 16일(현지시간) 주가가 다시 큰 폭으로 상승 마감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브로드컴 주가는 전(前)거래일보다 11.21% 급등한 250달러(35만9천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24.4% 폭등한 데 이어 이틀째 연속 큰 폭의 상승 마감이다. 시가총액도 지난 13일 처음 1조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조1천670억 달러로 불어났다.
반면, 엔비디아 주가는 1.68% 내린 132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13일 2.2% 하락하는 등 3거래일 연속 내렸다. 시총도 3조2천320억 달러로 줄어들며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줬다.
이 같은 엇갈린 주가는 브로드컴이 AI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브로드컴은 지난 12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형 클라우드 기업 3곳과 AI 칩을 개발 중"이라며 "향후 3년간 AI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구글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의 바이트댄스로 알려졌다.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는 "이들은 각각 2027년까지 (브로드컴과 함께 만든) 100만 개의 맞춤형 AI 칩을 데이터센터에 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브로드컴과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섰다고 보도했으며, 지난 10월에는 오픈AI가 브로드컴와 자체 AI 칩을 개발에 나설 예정이라고 로이토 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빅테크가 브로드컴과 함께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면서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처럼 자체 AI 칩을 개발하지 않지만, 빅테크와 각각의 맞춤형 칩 개발을 통해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조정 국면'(correction territory)에 접어들었다고 미 경제 매체 CNBC는 분석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24% 올랐는데도 내렸고, 테슬라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각각 6.14%와 3.54% 상승 마감하는 등 7개 대형 기술주(매그니피센터 7) 가운데 유일하게 내렸다.
CNBC 방송은 "엔비디아 주가는 종가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 12일 148.28달러에 비해 10.9% 내렸다"며 "일반적으로 조정은 종가 기준 최고치에서 10% 이상 하락했을 때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자문사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키스 러너는 "(AI) 인프라를 위해 엔비디아와 그 칩이 필요하지만, 시장은 엔비디아 외에도 다른 수혜자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의 추가 하락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월가의 투자은행 로스 MKM(ROTH MKM)은 "엔비디아 주가의 하락 패턴이 지속되면 경고 신호일 수 있다"며 "125∼130달러 수준이 주가와 시장 전반의 주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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