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주심 재판관으로 정해지면서 사건의 향방에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의 규모에 비춰볼 때 주심이 결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주심은 일반적으로 전속 연구부의 부장 1명, 헌법연구관 4명과 함께 사건의 쟁점을 정리·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대통령 탄핵처럼 큰 사건은 이 같은 역할을 대부분 별도의 태스크포스(TF)가 수행한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사건도 10명 안팎의 연구관이 참여하는 TF가 꾸려졌다.
증거 조사 등을 담당하는 수명 재판관도 이미선 재판관이 함께 지정돼 협의하며 수행할 예정이다.
실제 변론이 열리면 심리를 진행하는 재판장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맡는다. 변론 기일 지정도 재판장의 역할이다.
이날 헌재는 문 대행이 주재한 재판관 회의를 통해 변론준비절차 회부와 수사 기록 송부 요청 등을 결정했는데, 이 같은 재판관 회의를 향후 매주 2회씩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후 최종적으로 사건의 결론을 내기 위한 평의에서는 재판관들이 우열 없이 각자 의견을 제시하며 경우에 따라 반대·보충 의견을 결정문에 적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사건에서 주심 재판관의 역할은 사실상 문서 송부, 사실조회 신청 등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재판관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권한대행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재판에 능통한 한 법조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큰 사건일수록 주심이나 담당 연구관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인도 "주심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주장은 과거 다른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는 대리인단이 당시 주심이었던 강일원 재판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번 주심 지정이 원칙에 따른 무작위 배당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만약 헌재가 탄핵 소추를 기각한다면 재판의 공정성이나 결론의 타당성과 무관하게 진보 진영 측에서는 사후적으로 시빗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정 재판관의 처형인 박선영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위원회 위원장을 지난 6일 새로 임명한 것에 관한 논란도 이 같은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다만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면 만약 탄핵 소추를 인용할 경우 윤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데다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정 재판관이 주심을 맡아 내린 결론인 점에서 보수 진영 측도 승복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어 사후 논란을 다소 진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상반된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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