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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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행의 ‘방심위 검열기구화’ 두고 비판 목소리 잇따라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두는 내용의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키면서 언론계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방심위에 정치권의 입김이 더해질 경우 사실상 ‘국가 검열기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관련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탄핵소추 대상으로 두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간독립기구인 방심위원장의 지위를 정무직 공무원으로 바꿔 위원장 탄핵이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이다. 민간인 신분인 방심위원장을 장관급 정무직으로, 상임위원 2명을 차관급 정무직으로 하는 내용으로 방심위원장이 임명 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하고, 방심위원장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을 땐 국회가 탄핵소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시스

현재 이를 두고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행정기구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간 류 위원장 측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민주노총 언론노조 조차 “지난 13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아예 정권이 방심위를 통제해 국가검열을 부활시킬 수 있는 개악안”이라며 “내란범 윤석열의 계엄 포고령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21조를 정면으로 위반할 소지도 다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정치 개입 가능성’ 지적에 “방심위는 민간 독립기구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지만 언론계 우려는 여전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내 “방심위의 근본 문제는 민간 독립 기구라는 외피를 쓰고 행정기구가 가져서는 안 되는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고, 무한 재량을 누린다는 데 있다”며 “국회가 고쳐야 하는 건 과도한 권한과 무한 재량이라는 문제의 본질이지 민간 기구라는 외피가 아니다”고 했다.

 

지난 2008년 여야합의로 설립된 방심위는 현재 민간 독립기구다. 방심위의 설립취지는 국가 권력이 아닌 민간이,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해,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방송·통신심의를 하도록 담보하기 위함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현재와 같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을 위해 만들어졌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는 2008년 2월 제정·시행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 이유문에서 “방송통신의 내용 심의 기능의 공공성 및 공정성 보장을 위해”, “해당 업무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수행할 기구를 설치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며 방심위의 민간독립기구로 만든 이유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류 위원장과 강경필·김정수 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방심위의) 국가권력과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의 독립은 헌법에 명시된 언론자유를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민간독립기구 방심위의 위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남은 입법 절차 과정에서 국회가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들은 “2008년 방심위가 민간 독립기구로 설립됐는데, 이는 국가권력이 아닌 민간이, 정파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해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방송과 통신심의를 하도록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의결한 법안은 위원장 등 상임 위원을 공무원으로 바꾼다는 내용으로 방심위가 국가 기관으로 바뀔 우려에 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기관이 방송·통신 내용에 대해 간섭하는 것으로 공정성·중립성은 물론 헌법상 표현의 자유까지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개정안이 국가 검열을 부활시킬 수 있다며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중단하라는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의 성명까지 나오고 있다. 민간 독립기구라는 위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남은 입법 절차에서 국회가 지혜를 모아주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