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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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尹 탄핵심판 재촉하고 정작 본인 재판부 기피신청 한 李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이 지난 13일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수원지법 형사11부 판사 3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 이 대표 측은 “이 재판부가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며 이 대표의 사건을 연달아 심리하는 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 이 대표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것을 우려해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 때 재판부 교체를 기대하는 것 아닌가. 속 보이는 재판 지연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대표 측의 재판부 교체 시도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수원지법에 기소된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중인 자신의 대장동·성남FC 사건과 병합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 뒤 한 달이 넘도록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고,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마저 수령하지 않았다. 내년 조기 대선 이전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항소심 대응을 늦추는 꼼수 아닌가. 거대 야당 대표가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이 대표는 15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헌재에서 좀 더 추진력 있게 해서 최소한 두 달 이내에는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재촉하면서 이 대표 본인 재판은 온갖 술수를 동원해 최대한 늦추려고 하는 건 이중적인 행태 아닌가. 더구나 이 대표는 자신이 기소된 사건은 모두 검찰의 정치적 탄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재판에 임해 사실관계를 다투는 게 순리일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다음 대권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됐다. 사법부는 이 대표 재판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재판을 해야 한다. 이 대표 측의 재판 지연 전술에 더는 휘둘려선 안 된다. 법관 기피신청은 속히 기각하는 등 재판 지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대법원도 선거법 위반 재판은 1심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쳐야 한다는 선거법의 강행규정을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