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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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휴전 임박… 이스라엘·하마스 “협상 타결 근접”

양측, 카타르 실무회담서 큰 진전

6∼8주 휴전… 인질·수감자 교환 추진
하마스, 이軍 점진적 철수로 한발 양보
필라델피 회랑 등 ‘일시 주둔’도 동의

이 국방 “이렇게 가까워진 적 없었다”
하마스 “네타냐후 방해 안 하면 가능”
라파 국경 통로 재개방… 구호품 전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측이 16일(현지시간) “협상 타결에 근접했다”고 밝히면서 1년 넘게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 협상이 타결에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전투에서 사망한 한 이스라엘 병사의 장례식에서 참석자가 슬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크네세트(의회) 외교·국방위원회 회의에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 타결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며 “지난번 합의(지난해 11월 일시 휴전) 이후로 협상이 이번처럼 합의에 근접한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하마스 고위 관계자 역시 협상이 진행 중인 카타르 도하에서 취재진에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방해하지 않는다면, 휴전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는 상황을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협상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양측은 각자의 요구사항을 고수하며 휴전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트렸으나, 하마스가 핵심 쟁점에서 ‘양보’하기 시작하며 협상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즉각적인 가자지구 완전 철수와 휴전 아닌 종전을 요구해왔으나, 한 발 물러나 이스라엘군의 점진적인 철수와 단계적 종전 계획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휴전 협상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넷자림 회랑’ 주둔 문제도 하마스가 의견을 굽히면서 해결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의 경계선에 있는 길이 14㎞, 너비 100m의 좁은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과,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양분하는 ‘넷자림 회랑’에 휴전 후에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재무장을 감시하기 위해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동안의 협상에서 이를 완강히 거절해온 하마스는 최근 이스라엘군의 ‘일시 주둔’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의 협상력은 14개월째 이어진 전쟁으로 크게 약화한 상황이다. 하마스 지도부는 사실상 궤멸했고, 하마스를 지원하던 ‘저항의 축’(친이란 무장연대) 세력도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의 피해도 극심하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전쟁 발발 437일째를 맞은 이날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인한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가 4만5028명, 부상자는 10만6962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軍에 사살된 10대 장례식서 오열하는 주민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지속하고 있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나블루스 난민 수용소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된 10대 청소년의 장례식에 모인 주민들이 시신을 둘러싸고 격앙된 표정으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블루스=신화연합뉴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20일 전에 휴전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어 미국의 압박이 거세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에서도 ‘하마스가 더 많은 수의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에 동의하도록 미국이 압박을 가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현지 방송 채널12는 전했다.

 

지금까지 전해진 휴전안의 내용은 6∼8주간의 일시 휴전 기간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30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것이 골자다. 또 이번 휴전안에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한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를 대폭 늘리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폐쇄된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국경 통로가 구호품 전달 등을 위해 다시 개방될 전망이다. 이집트와 카타르 등 협상 중재국들은 하마스가 아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유럽연합(EU) 감시단과 함께 라파 국경 검문소를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알자지라방송은 전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