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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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업 저쪽 편?” 도 넘은 마녀사냥…‘계엄 불매’ 리스트까지 등장

대통령 탄핵 정국 ‘불매운동’ 확산

“정치와 소비는 분리되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이면서, 지지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특정 인물과 연관된 기업이나 브랜드를 겨냥하는 양상이다.

 

(왼쪽부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아이유

 

17일 업계에 따르면 먼저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곳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처가가 운영하는 유가공업체 ‘푸르밀’이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강하게 반대해온 인물이다. 야권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들은 푸르밀 제품 사진과 목록을 정리해 공유하며 불매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푸르밀 제품을 사지 말아 달라”, “윤상현 처가의 기업을 불매해야 한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며 확산시키고 있다.

 

윤 의원은 탄핵안 국회 표결 전부터 꾸준히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표결 당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할 수 없다”며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탄핵 정국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도 있다. 바로 가수 아이유다.

 

아이유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팬들을 위해 ‘선결제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시 소속사 측은 “추운 날씨에 집회에 참석한 팬들을 위해 빵과 음료, 국밥 등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아이유가 제공한 물품은 빵 200개, 음료 200잔, 국밥 200그릇, 떡 100개 등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에는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아이유와 모델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특정 기업의 리스트를 공유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갈등이 촉발한 이러한 불매운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좌제식 불매운동은 과도하다”, “정치와 소비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정 개인의 정치적 행보나 의견이 관련된 기업이나 브랜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나 개인이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사회적 갈등만 심화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