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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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체’ 정관장은 강했다...역대 최다연승 타이인 15연승 노리던 흥국생명에 시즌 첫 패배의 ‘멍에’ 안겼다

‘완전체’ 정관장은 강했다. 여자부 역대 최다연승 타이기록(15연승)에 도전하던 흥국생명에게 시즌 첫 패배의 아픔을 안김과 동시에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정관장은 1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터 염혜선의 안정된 경기 운영 속에 부키리치(세르비아)와 메가(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좌우 쌍포’의 화력을 앞세워 세트 스코어 3-1(25-22 25-23 14-25 25-22) 승리를 거뒀다.

 

2024~2025시즌 시작 전만 해도 정관장은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 ‘배구여제’ 김연경을 보유한 흥국생명과 더불어 ‘3강’으로 묶이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새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V리그 2년차 부키리치가 통영 KOVO컵대회에서 만만치 않은 리시브 능력을 선보이며 기존 아시아쿼터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와의 공존이 가능함을 보여줬기 때문. 부키리치-메가가 이루는 좌우 쌍포의 화력은 7개 구단 통틀어 최강이라는 평가였다.

시즌 첫 4경기를 3승1패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지만, 정관장은 1라운드 후반부터 2라운드 초반까지 현대건설-흥국생명-현대건설-흥국생명을 교대로 만나는 ‘고난의 4연전’에서 4전 전패로 패퇴하면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제 아무리 부키리치와 메가를 보유했어도 이들에게 올라가는 토스가 양질의 것이 되려면 리시브가 되어야 하는데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와 리베로 노란의 리시브 효율이 너무 낮았다. 특히 리베로 노란은 1라운드 흥국생명과의 맞대결에서 목적타 서브 세례의 표적이 되어 33개의 서브를 받으면서도 리시브 효율이 0%에 그치는 등의 극악의 부진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부키리치와 메가는 하이볼에 이은 오픈 공격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고, 공격 효율은 점점 떨어졌다.

 

고난의 4연전을 4패로 마무리한 정관장. 반등은 역시 리시브 안정에서 찾아왔다. 소폭이나마 리시브가 안정되면서 쌍포의 화력이 제 궤도에 오르면서 고난의 4연전 이후 5승1패, 최근 4연승을 통해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흥국생명과의 지난 1,2라운드에서 정관장은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지 못했다. 1라운드에선 주전 세터 염혜선이, 2라운드엔 메가가 각각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패하고 말았다.

 

이날 3라운드 맞대결에선 염혜선과 메가가 모두 정상적으로 선발 출장하면서 대등한 경기력을 펼칠 수 있었다.

 

1,2세트 모두 20점대까지 초접전으로 치러졌지만, 이를 이겨낸 것은 정관장이었다. 게다가 1,2세트에 베테랑인 표승주가 승부처 상황에서 결정적인 범실성 플레이나 공격 범실을 저질렀지만, 이를 극복해내며 물오른 승부처 집중력을 선보였다. 1세트에선 20-21 뒤진 상황에서 원포인트 서버 정수지의 서브가 기가 막히게 들어가며 흥국생명 리시브를 흔들었고, 김연경은 공격을 하지 못하고 언더토스로 크게 받아올리며 상대 코트로 공을 넘겨줘야 했다. 정관장의 찬스볼 상황. 그러나 김연경이 크게 넘겨온 공을 받은 표승주의 리시브가 잘못 맞아 코트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말았고, 상대에게 겨우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를 김연경이 퀵오픈으로 연결하면서 20-22가 됐다.

 

1세트 패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순간, 부키리치가 분연히 나섰다. 21-22에서 오픈 공격을 성공시킨 데 이어 투트쿠의 퀵오픈을 혼자 떠올라 막아냈다. 부키리치는 오픈 공격을 하나 더 성공시켜 24-22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냈고, 메가의 퀵오픈까지 터지면서 1세트를 잡아냈다.

2세트도 위험했다. 세트 중반 17-14까지 앞섰으나 흥국생명의 매서운 추격전으로 1점차 초접전 양상이 다시 펼쳐졌다. 21-20에서 염혜선은 상대 블로커 중 가장 신장이 작은 이고은이 지키고 있는 왼쪽 측면의 표승주에게 공을 올렸다. 흥국생명 블로커들은 공격 빈도가 낮은 표승주의 공격은 이고은에게 전담시킨 상황. 그러나 표승주는 이고은이 혼자 떠올라 막아낸 블로킹 앞에서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범실을 저지르고 말았다. 21-21 동점.

 

22-22에서 김연경의 퀵오픈이 터지면서 흥국생명이 기어코 23-22 역전을 이뤄냈다. 여기에서도 나선 것은 부키리치였다. 연이은 퀵오픈 성공을 통해 24-23 역전을 만들어낸 부키리치는 오픈공격까지 성공시키며 2세트를 듀스 없이 끝내버렸다. 부키리치는 2세트까지 47.37%의 공격성공률로 21점을 퍼부으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메가도 10점(56.25%)으로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반면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50%의 공격 성공률로 13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투트쿠가 11.11%의 공격 성공률로 5점에 그친 게 뼈아팠다.

완패의 위기에서 흥국생명은 3세트에만 블로킹 4개를 잡아낸 아닐리스 피치(뉴질랜드)의 활약을 앞세워 25-14로 잡아내며 한숨 돌렸다.

 

3세트 초중반에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자 주전들을 모두 빼고 4세트를 대비한 고희진 감독. 그 선택은 적중했다. 4세트는 다시 초접전 양상으로 펼쳐졌고, 이를 이겨낸 것은 ‘완전체’ 정관장이었다. 세트 초중반엔 정관장이 메가의 활약으로 4점차 앞서다 세트 중반엔 김연경이 박은진의 속공을 셧아웃시키는 등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선보여 흥국생명이 3점차 앞서기도 하며 엎치락뒷치락하는 경기 양상이 됐다. 18-21로 뒤진 상황에서 정관장을 구해낸 것은 또 한 번 부키리치였다. 3연속 공격 성공과 김연경의 공격 범실을 묶어 정관장은 22-21로 경기를 뒤집어냈다. 이어 메가가 김연경의 공격을 막아내며 23-21로 달아났다.

흥국생명도 시즌 첫 패배를 순순히 받아들이진 않았다. 부키리치의 오픈 공격을 김수지가 막아내며 23-22를 만들었지만, 부키리치가 다시 한 번 퀵오픈을 성공시켜 24-22,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냈다. 흥국생명에게 시즌 처음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낸 정관장은 부키리치의 서브를 받은 김연경의 리시브가 그대로 코트로 넘어오자 메가가 퀵오픈을 성공시켜 흥국생명에게 2024~2025시즌 첫 패배의 멍에를 안겼다. 완전체 정관장의 위력,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부키리치가 양팀 통틀어 최다인 34점(공경 성공률 48.39%)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메가가 20점(47.22%)으로 뒤를 받쳤다. 김연경은 26점에 공격 성공률 50%로 분전했지만, 시즌 첫 패배를 막아내진 못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