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최고 등급의 미 군사 기밀 접근권을 갖고 있으면서 해외 지도자들과의 만남 등 민감한 정보를 보고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해 정부 조사를 받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 감사관실과 미 공군, 정보·보안담당 국방부 차관실이 머스크의 국가 기밀 보호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 각각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인공위성·로켓 발사, 위성통신망 운영, 우주선 개발·운항 등 사업을 하는 스페이스X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미 국방부, 항공우주국(NASA)과 도합 최소 100억달러(약 14조3천84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정부 기관과의 협업을 위해 스페이스X 관계자들은 미 정부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신청할 수 있으며, 정부 심사를 거쳐 수준별로 각기 다른 권한을 부여받는다.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는 대략 2018년까지 중간 수준의 기밀 접근권을 갖고 있다가 같은 해 최고 등급의 권한을 신청해 2년여 만에 허가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이후 머스크는 최고 기밀 접근권을 가진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부 규정에 따라 개인 생활이나 해외여행에 관한 정보 가운데 국가 보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정부에 보고해야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스페이스X의 직원들은 NYT에 말했다.
특히 외국 지도자들과의 잦은 만남이나 처방전을 받아 마약을 복용한 일 등은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인데도 머스크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회사 안팎에서 점차 우려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미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이스라엘을 비롯해 유럽과 중동의 9개국 정부가 지난 3년간 미 국방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머스크에 대한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NYT의 공식 논평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미 연방 정부가 조사 중인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머스크나 스페이스X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자문기구 역할을 담당할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이후 각종 정부 조직을 축소하고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이를 의식한 국방부 역시 머스크에 관한 언급을 내부적으로 금지시켰다고 NYT는 전했다.
또 헌법상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후 정부 내의 다른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누구에게든 기밀 접근 권한을 줄 수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머스크가 해당 권한을 계속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계약을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정부 감독 프로젝트'의 책임자 대니얼 브라이언은 민간기업 경영자인 머스크의 국가 보안 규정 준수에 대한 논쟁이 정부 고문으로서 그의 역할과 관련해 제기된 첫 번째 이해 충돌 문제라고 지적했다.
브라이언은 "그(머스크)는 우리가 잘못을 발견했을 때 이를 폭로하기 위해 의지하는 정부 기관에 대해 매우 위협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책임과 견제, 균형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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