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모바일과 PC 등 반도체 수요처 부진으로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내년에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엔비디아가 내년 초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를 출시할 예정인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향 고대역메모리(HBM)를 언제 공급하느냐에 따라 한 해 실적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내년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25조6000억원에서 16조7000억원으로 낮췄다. 내년 수요에 변화가 없다면 D램은 3분기, 낸드는 1분기부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키움증권도 내년 삼성전자 DS 부문의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보다 낮은 19조2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반적으로 내년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도 3개월 전 63조원 대에서 39조원 대로 급감했다.
SK하이닉스도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지만 HBM 효과로 삼성전자보다 하락 폭이 작다. SK하이닉스는 HBM 매출 비중이 높아 수익성 방어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내년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31조7000억원에서 29조1000억원으로 소폭 내렸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향 5세대 제품 HBM3E 공급을 언제 하느냐가 내년 실적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전체 매출 중 HBM의 비중이 높아져야 범용 칩 부진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6세대 제품 ‘HBM4’ 8개가 탑재되는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어서 HBM4 양산 시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중 HBM4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내년에 범용 칩 가격 하락 영향을 SK하이닉스보다 더 크게 받을 것이라며 HBM3E 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HBM4 공급도 원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