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계엄 자체가 발령된 게 잘못”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동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그날 집에서 뉴스를 보다 (윤 대통령이 계엄) 발표하는 것 보고 처음엔 가짜 뉴스로 생각했다. (우리가) ‘계엄’이란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지 않냐”며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계엄 자체가 발령된 건 잘못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인 유 장관은 이날도 “이렇게 혼란스럽고 어려워진 상황에 대해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거듭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는 “12·3 계엄 선포 당시 직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 연락을 받지 못했고, 참석했던 국무위원 대부분도 (관련)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갔다가 현장에서 얘기 듣고 당황한 것 같다”며 “저는 집에서 사태를 지켜보다 (다음날) 새벽 3시 좀 넘어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갔다. 이후 계엄해제하고 상황이 끝나서 그 이상 아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무위원으로서 혼란스러운 사태에 국민들께 (죄송하고) 조심스럽다”며 “문체부도 국제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오르려는) 기반 마련해 내년에는 멋지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서 한시 바삐 안정시키는 게 당장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앞서 발표한 정부의 대국민 호소문에 계엄 사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죄 뜻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대단한 정치적 배경을 깔고 호소한 게 아니다. 대통령도 저리 되고 국정 운영 자체가 대단히 어려우니 국무회의에서 사실 그대로 ‘정부 전체 입장을 국민들께 호소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국무조정실에서 작성한 호소문을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힘든 만큼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국민과 다수당인 야당에게 호소한 것으로 그 이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후 문체부 산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문체부 지시로 학교를 폐쇄해 논란이 인 것과 관련, 유 장관은 “그 내용은 나중에 뉴스보고 알았는데, 당직자가 계엄이 발령되니 그 내용을 잘 모른 채 청사와 공공기관에 대해 통제하면 좋겠다고 해서 소속기관에 연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직자 말로는 ‘학생들 안전 위해 귀가 조치하면 좋겠다’ 전했고, 예술학교라 늦게까지 작업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귀가 해달라고 안내방송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문체부가 휴교령을 내리고, 장관이 지시했다는 말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예종뿐 아니라 소속학교인 충남 부여의 전통문화학교에도 같은 내용이 전파됐다”며 “한예종이 개교 30주년 됐는데 이참에 문체부 소속 기관 아닌 국립예술대학으로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방안을 논의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결의를 전후해 윤 대통령과 소통한 바 없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 직무대행 총리하고 연락 중이라고도 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응원봉과 아이돌그룹 인기가요 등이 등장해 세계 이목을 끈 이번 시위 문화에 대해선 “또 하나의 시위문화 같다. 폭력적이지 않고 누구하나 다친 사람 없이 안전하게 진행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