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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 이동 사다리 약화”… ‘소득 하위 20%’ 1분위 탈출, 10명 중 3명에 불과

지난 2022년 기준 전년보다 근로·사업소득이 늘어나 소득분위가 상향한 이들은 전체의 17.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늘어 계층이 오른 국민이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중 소득이 올라 해당 분위를 탈출한 이들은 10명 중 3명 정도에 그쳤다. 아울러 청년층(15~39세)에서 2년 연속 1분위에 머문 비율이 2022년 증가로 전환하는 등 사회의 역동성이 저하되면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스1

통계청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7~2022년 소득이동통계 개발 결과’를 발표했다. 소득이동통계는 올해 처음 공표되는 것으로,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에서 모두 소득을 올린 개인의 소득 이동성 현황 및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됐다. 세금·공적이전 등 정부 재분배 정책이 실시되기 전 단계인 소득을 기준으로 한 통계이기 때문에 ‘기회의 평등’ 수준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2022년의 경우 116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소득분위가 전년 대비 이동한 사람은 34.9%였다. 이 중 상향 이동한 사람은 17.6%, 하향 이동한 사람은 17.4%로 나타났다. 계층이 상향한 사람의 비율은 최근 하향 추세다. 전년과 비교해 더 높은 분위로 이동한 비율은 2018년 18.1%, 2019년 18.0%, 2020년 18.2%로 나타났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17.6%로 줄었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1분위를 유지한 비율은 69.1%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1분위 10명 중 7명은 2년 간 소득 최하위 계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1분위에서 더 높은 분위로 이동한 ‘탈출률’은 최근 감소하고 있다. 1분위 탈출률은 2020년 32.2%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31.7%, 2022년 30.9%를 기록하며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22년 5분위(소득 상위 20%)의 유지율은 86.0%로 0.3%포인트 줄었다. 전년보다 유지율이 소폭 줄긴 했지만 2021년 5분위였던 사람 10명 중 9명 정도는 2022년에도 5분위를 유지했다. 특히 2022년 소득이 상승한 사람의 비율이 64.4%로 최근 5년 새 가장 컸는데도 1분위 탈출률이 낮아진 건 소득 증가분이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위 유지율이 상승한 건) 사회적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고령화, 경제적 충격이 분위별로 다른 점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분위에 속한 빈곤층 중 2022년까지 계속 1분위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31.3%로 나타났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노년층보다는 청년층이 1분위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최바울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2022년 소득이동통계 개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과 2022년 모두 1분위에 머물러있는 사람의 비율은 노년층(65세 이상)이 39.8%로 가장 높았고, 청년층(15~39세·12.2%), 중장년층(40~64세·10.6%) 순이었다. 노년층 10명 중 4명 정도는 2년 연속 1분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청년층의 사정도 여의치 않았다. 청년층 중 1분위에 그대로 머문 이들의 비율은 2018년 13.1%, 2019년 12.7%, 2020년 12.3%, 2021년 12.0%로 꾸준히 낮아졌지만 2022년(12.2%)에는 0.2%포인트 늘며 증가 전환했다.

 

2022년 소득 이동비율은 청년층이 41.0%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층(40~64세) 32.2%, 노년층(65세 이상) 25.7% 순이었다. 청년층의 경우 상향 이동비율(23.0%)이 하향 이동비율(18.0%)보다 높았지만 노년층에서는 하향 이동비율(15.7%)이 상향 이동비율(10.0%)보다 높았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