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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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3인 청문특위 위원장에 박지원… 민주 “국힘 침대축구에 끌려갈 생각 없다” [‘尹 탄핵’ 가결 이후]

박찬대 “與 빠지더라도 청문 신속 추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검증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 특별위원회(청문특위)가 18일 여당 불참 속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반쪽 출범했다. 국민의힘이 신임 재판관 임명을 늦추기 위해 특위 참여를 거부하자 민주당이 여당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나서면서다.

박지원 헌법재판관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이날 청문특위 첫 회의에서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을 위원장으로, 야당 간사로 김한규 의원을 선출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여당 간사는 정해지지 않았다. 당초 위원장은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당이 회의에 전원 불참하자 민주당이 박 의원을 새 위원장으로 교체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기존 특위 위원인 이용우 의원 대신 박 의원을 구원투수로 특위에 사보임 조치했다. 당 관계자는 “어제(17일) 오후 박 의원에게 특위 보임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연장자가 위원장 직무를 대신할 수 있다는 국회법도 고려됐다고 한다. 박 의원은 1942년생으로 22대 현역 의원 중 최연장자다.

 

여당이 특위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는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없다고 봐서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엔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정지 시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권 대행은 “(박근혜정부 때) 황교안 권한대행도 탄핵안이 헌재에서 최종 인용된 이후에 대법원이 추천한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전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침대축구에 끌려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빠지더라도 개의치 않고 재판관 인사청문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권 대행의 현재 입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측 소추위원이었던 때와는 180도 다르단 공세도 펴고 있다. 권 대행이 당시엔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단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권 대행을 향해 “무슨 황당무계한 말장난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마은혁·정계선·조한창)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위원장이 재판관 3인 선출안 및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상정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게 될 후보자는 국회 추천 몫 3명이다. 여당이 추천한 조한창(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 야당이 추천한 정계선(〃 27기) 서울서부지법원장과 같은 법원 마은혁(〃 29기) 부장판사다. 이 가운데 정 법원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이름을 알려 민주당이 내부 검토 과정에서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여야는 각 당 추천인원을 두고서도 신경전이 거셌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각 1명씩 추천하고 남은 1명은 합의 추천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한 끝에 관철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추천 후보자 2명이 친야 성향으로 편향된 판결을 내렸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들이 대통령의 탄핵 재판을 한다면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냐”(주진우 의원)고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와 관련,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권한대행은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임명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야당에 힘을 싣고 있다. 아울러 우 의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국정조사를 위한 특위 위원 명단을 20일까지 제출하라고 여야에 통보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