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글로벌 시장 불안과 내수 침체에 시달린 국내 대기업들의 성적표가 저조하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미래 먹거리 발굴 정도를 알 수 있는 인수·합병(M&A) 규모는 올해 40%가량 급감했고, 지난해 전체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1%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361곳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M&A 현황을 조사해 1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 13일 기준 올해 M&A 투자 규모는 총 8조5808억원으로 지난해 14조1297억원 대비 39.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완료된 M&A 건수는 총 50건으로 전년(87건) 대비 42.5% 급감했다. 2022년(150건)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올해 1조원 이상 대형 M&A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유일할 정도로 주요 대기업들은 몸을 사렸다. 특히 2022년 15건, 지난해 8건 등 그간 공격적 M&A로 영토를 확장했던 카카오는 올해 테인스밸리 인수 1건에 그치는 등 대다수 기업이 올해 들어 M&A 투자를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중 올해 가장 많은 M&A를 진행한 기업도 5곳을 인수하는 데 그쳤다. LS일렉트릭은 올해 KOC전기(592억원), 티라유텍(385억원), 한국이엔엠(108억원), 씨엑스솔루션(18억원), 엘펨스(2억원) 등을 인수했다. 뒤이어 E1, 사조대림, SK케미칼, DB손해보험, LX인터내셔널, 티케이지태광 등 6곳이 각 2건의 M&A를 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33곳이 1건씩 진행했다.
기업 매출액과 순이익도 뒷걸음질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3년 기업활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매출액은 3203조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2020년(-3.2%) 이후 3년 만에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2269억원으로 5.9% 줄었다.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50조7000억원으로 46조6000억원 줄어 전년에 이어 감소세를 지속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27조7000억원)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고, 운수·창고업(-15조7000억원)과 건설업(-6조1000억원) 등에서도 줄었다.
기업 연구개발비는 80조원으로 8.8% 늘었다. 연구개발 기업 수는 7633개로 5.8% 늘었다. 최근 18년간 지속해서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7681억원으로 전체 기업 평균의 3.4배 수준이었다.
지난해 국내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은 4370개로 0.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회사 보유기업이 줄어든 것은 2016년(-0.8%)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국외 자회사 보유기업은 3410개로 0.4% 늘었다. 국외 자회사 보유기업은 해외 투자 증가 영향 등으로 2017년 이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