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8일 합동으로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을 체포했다. 검찰이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 단장(대령)과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기관은 비상계엄 당시 군 수뇌부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국수본은 이날 낮 12시20분쯤 내란 등 혐의를 받는 문 사령관을 체포했다. 국수본은 전날 공수처를 통해 문 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앞서 15일 문 사령관을 긴급체포했다가 검찰 조치에 따라 익일인 16일 석방한 바 있다. 현역 군인에 대한 강제수사는 군사법경찰 또는 군검사에 의해 진행돼야 하며, 수사권이 없는 경찰의 체포는 위법하다는 게 검찰이 긴급체포 사후승인을 불허한 이유였다. 이후 경찰은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장성급 장교에 대해 수사할 권한을 가진 공수처에 관련 사건을 이첩했다.
문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뒤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정보사령부 산하 북파공작부대(HID)를 국회의원 긴급 체포조로 투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계엄 이틀 전인 이달 1일 경기 안산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정모·김모 대령 등 현역인 부하 2명과 함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당시 ‘햄버거 회동’에서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 “계엄이 시작되면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군 인사에 개입하며 인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계엄 관련 주요 인원을 포섭했다는 의혹도 받는 노 전 사령관은 이날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노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 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정보사령관을 지낸 그는 2018년 여군 교육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불명예 전역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문 사령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은 직무에서 배제됐지만 직위해제되지는 않았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김 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단장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회관 등 2개 건물 봉쇄 지시를 받았고 197명의 부대원을 국회에 투입해 현장을 지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곽 사령관에게서 1∼2분 간격으로 전화가 왔고, ‘국회의원이 의사당 안에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끌어낼 수 있겠냐’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이 특수전사령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계엄 당시 707특수임무단은 보통탄 3960발과 공포탄 1980발 등 총 5940발을 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본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복사 등을 여 사령관으로부터 지시받았다고 증언한 정 처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이재학 방첩사 안보수사실장과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 오영대 국방부 인사기획관,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도 차례로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