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등 중국 강경파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퍼스트 버디’이자 대선 승리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사업은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불확실성 속에서 미·중 관계를 중재할 수 있는 주요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올인하며 전폭적으로 지원한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발탁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 외국 지도자들과 통화하는 자리에 배석하고 참모진 인선에도 관여하는 등 측근 중에서도 단연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中과 엮인 사업 많은 머스크
머스크는 사업적으로 중국과 중요한 이해관계로 엮여 있어 차기 내각 인사들 가운데 거의 유일한 ‘친중 인사’로 꼽힌다. 중국은 테슬라의 가장 큰 해외시장으로 글로벌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또 테슬라는 연간 9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사 최대 생산공장 기가팩토리를 중국 상하이에 두고 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외국 자동차 회사로는 최초로 현지 기업과 합작투자 없이 건설됐고, 저리 대출과 법인세 인하 등 중국 당국의 전례 없는 지원을 받았다.
테슬라는 여기에 메가팩 배터리를 연간 1만개 생산할 수 있는 신규 공장을 상하이에 건설 중이며 미국 네바다주에서 생산하는 일부 모델에 필요한 배터리팩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관세폭탄’을 안겨 미·중 관계가 악화할 경우 머스크에게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머스크는 실제로 그동안 중국 전기차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반대해 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머스크가 미·중 양국 최고 권력자들과 정치·사업 양면에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다가올 양국 관세협상에서 머스크가 중국 내 테슬라의 이익을 지키고자 할 것이며, 나아가 무역전쟁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머스크가 중국에서 얻어야 할 것들이 아직 많다며 중국이 보다 유화적인 접근방식을 택하도록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 머스크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도 머스크에 적극 접촉
중국 역시 머스크 측에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머스크는 중국 최고위 지도자들과도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지난 4월에는 중국을 깜짝 방문해 리창(李强) 총리와 만났다. 리 총리는 상하이 당서기로 있었던 2019년 상하이 기가팩토리 완공까지 여러 도움을 줬다. 우신보(吳心伯) 중국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머스크가 중국에 투자를 한 점과 중국 관리들과의 관계를 볼 때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 테슬라는 외국인 투자 개방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시 주석의 경제정책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 인민일보는 테슬라 상하이 공장의 성공을 보도하면서 “무역전쟁에서는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국가 안보 우려에 따른 강제매각법에 따라 미국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CEO 추 쇼우즈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 전인 지난달 머스크와 연락을 취한 바 있다. 추 CEO는 몇 주 동안 머스크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2기 트럼프 정부 및 잠재적 기술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수년간 알고 지낸 사이로, 추 CEO와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머스크가 차기 미국 정부와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우주굴기’에는 걸림돌
머스크의 사업이 중국과 밀접하지만 그가 미래 먹거리로 꼽는 우주산업 스페이스X는 중국의 ‘우주굴기’에는 걸림돌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스페이스X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 위성망은 군사적으로 드론 작전에 효율적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은 스타링크를 ‘지구를 감시하는 거미줄’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섰다. 지난 16일에는 스타링크에 맞설 중국의 ‘궈왕’(국가 인터넷망) 프로젝트 첫 위성이 발사되기도 했다. 중국판 스타링크인 궈왕은 2035년까지 1만3000개의 위성군을 통해 글로벌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궈왕과 별개로 상하이 시정부가 주도하는 또다른 스타링크 대항마 ‘첸판’(1000개의 돛) 프로젝트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위성 54개가 발사됐으며 내년 말까지 위성 약 650개를 궤도에 올리고 2027년까지 전 세계에 인터넷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스타링크는 6700개가 넘는 위성을 쏘아 올려 글로벌 위성 인터넷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