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직전, 전·현직 국군정보사령관들이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에서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왜 하필 롯데리아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롯데리아가 내란 사건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당시에도 롯데리아 매장이 언급된 바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때 당시 재판 과정에서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 김정운 부장판사는 재판 도중 농담처럼 들릴 법한 말을 남겼다. 그는 “오늘 롯데리아에 두 번이나 갔는데 오전에도 시끄럽고, 오후에도 시끄럽네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맥락은 농담만은 아니었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정보원에 제출된 대화 녹음 파일 32개를 직접 법정에서 재생·청취 중이었다. ‘롯데리아에 두 번 갔다’는 김 부장판사의 발언은 실제 방문이 아니라 녹음 파일을 들었다는 의미였다.
문제는 녹음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는 점이었다. 대화는 옆자리 손님들의 소음, 매장에 울려 퍼지는 최신가요, 부스럭거리는 잡음 등에 묻혀 알아듣기 어려웠다.
비단 롯데리아뿐만 아니라 돈가스 전문점, 설렁탕집, 카페 등 다른 장소의 녹음 파일도 상황은 비슷했다.
재판부는 녹음된 대화의 명확한 청취가 내란 음모와 단순 친목 모임을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대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난감해했다. 사람들이 많은 시끄러운 장소를 의도적으로 선택해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롯데리아는 또다시 내란 사건의 중심에 섰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문상호 현 정보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 롯데리아에서 회동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왜 하필 롯데리아였을까.
전문가들은 패스트푸드점의 특성에 주목한다. 롯데리아는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항시 음악이 틀어져 있어 번잡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기밀 대화를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데 적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회동 장소였던 안산시 상록구의 매장 위치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정보사령부는 안산시와 인접한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하며, 두 곳의 거리는 차량으로 약 30분에 불과하다. 정보사령관들이 부대를 장시간 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근거리 만남 장소로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예상치 못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린 롯데리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관련 제품 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챗GPT가 만들었다고 알려진 ‘네란버거’는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란버거’는 계란 네 개를 햄버거에 넣었다는 뜻으로, ‘내란’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그러나 롯데리아 관계자는 “관련 상품 출시 계획은 전혀 없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과거와 현재, 두 내란 사건에서 롯데리아가 등장한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시끄러운 환경과 익명의 대중 속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점이 정치적 사건에서 이토록 자주 등장하는 현상은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