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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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돈을 버네”…부자 86% ‘시간 지나도 굳건’ vs 빈곤층 69% ‘계속 가난’

상위 계층의 ‘안정성’, 하위 계층의 ‘고착화’…“소득 계층 간 이동성 감소해”

#1. 평범한 직장인 김모(35·여) 씨는 중소기업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소득 분위 3분위에 속했지만, 2022년에도 여전히 같은 계층에 머물러 있다.

 

김 씨는 “매년 월급은 조금씩 오르지만 물가도 함께 올라 실질적으로 생활수준은 나아지지 않았다”라며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을 뛰어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푸념했다.

 

#2.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박모(45) 씨는 2017년 소득 상위 20%에 속했고, 2022년에도 이 계층을 유지하고 있다.

 

박 씨는 “고소득자일수록 투자 기회나 세제 혜택을 활용하기가 유리하다”라며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계층을 유지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해 동안 소득 계층이 상승한 국민은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상위 20%에 속한 사람들은 계층을 유지하는 비율이 높아, 소득 계층 고착화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2022년 소득 이동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소득 계층 이동성은 34.9%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 즉, 전체 국민의 65.1%가 같은 소득 분위에 머물렀다는 의미다. 소득 계층 이동성은 2019년 35.8%, 2020년 35.0%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같은 통계는 대한민국 사회의 계층 이동성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소득 계층이 상승한 비율은 17.6%, 하락한 비율은 17.4%로 상향 이동이 하향 이동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하지만 소득 계층의 상향·하향 비율은 2021년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며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계층은 계층 유지 비율이 86.0%로 가장 높았다. 이는 2021년 기준으로 상위 5분위에 속했던 사람 10명 중 약 9명이 이듬해에도 동일 계층에 머물렀다는 의미다. 4분위에서 5분위로 진입한 비율은 10.2%로 다른 계층 이동 비율보다 낮았으며, 5분위에서 4분위로 하락한 비율 역시 9.5%로 가장 낮았다.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유지 비율은 69.1%에 달했다.

 

빈곤층 10명 중 7명이 이듬해에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경향은 노년층에서 특히 두드러지며, 가난한 노년층의 경우 빈곤 탈출이 더욱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이동성은 청년층(15~39세)에서 가장 활발했으며, 이동률은 41.0%에 달했다. 이들은 상향 이동 비율(23.0%)이 하향 이동 비율(18.0%)보다 높아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노년층(65세 이상)의 이동성은 25.7%로 가장 낮았고, 하향 이동 비율이 상향 이동 비율을 초과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소득 이동성이 다소 높았다.

 

2022년 기준 여성의 상향 이동 비율은 18.0%, 하향 이동 비율은 18.0%로, 각각 남성보다 0.8%포인트 높았다. 다만, 여성의 소득 이동성은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득 유지 비율이 상위 5분위와 하위 1분위에서 다른 분위에 비해 유독 높게 나타난 점은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간 계층(2~4분위)의 유지 비율은 각각 49.9%, 54.7%, 65.6%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이들 계층이 상위 또는 하위 계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높음을 보여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소득 이동성은 상대적으로 커졌으나, 이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하향 이동 비율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65세 이상 여성의 상향 이동 비율은 8.7%에서 7.6%로 감소했으며, 하향 이동 비율은 11.4%에서 12.5%로 증가했다.

 

2022년 소득 금액이 전년보다 증가한 사람은 전체의 64.4%였으나, 소득 상승 폭이 10% 미만인 사람은 22.0%로 조사됐다. 이는 2017년 19.9%에서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소득이 동일하게 유지된 비율은 2.7%였으며, 소득이 감소한 사람은 32.9%로 나타났다.

 

이번 소득 이동성 통계는 대한민국 사회의 계층 고착화, 양극화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소득 상위 계층의 ‘안정성’과 하위 계층의 ‘고착화’가 대비되면서 사회적 이동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사회 이동성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