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내년 금리 인하 폭 축소를 시사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 결과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어 일제히 급락 마감했다.
우량주 그룹 다우지수는 장 초반, 9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끊고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통화정책 회의 결과가 나온 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방향을 틀어 10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974년 10월(11거래일 연속↓) 이후 최장기간 하락 기록이다.
모처럼 꿈틀댔던 3대 지수 동반 상승 기대는 무산됐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그룹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123.03포인트(2.58%) 하락한 42,326.8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78.45포인트(2.95%) 내린 5,872.1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716.37포인트(3.56%) 낮은 19,392.69를 각각 기록했다.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도 4.36%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지난 4일 사상 처음 45,000선을 돌파 마감했으나 지난 5일부터 10거래일 연속 뒷걸음치다 42,000선으로 내려앉았다.
S&P500과 나스닥 낙폭도 올해 최대 수준으로, 새로운 이정표 6,000선과 20,000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연준의 통화정책 의결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증시 마감을 2시간 앞두고 기준금리 25bp(1bp=0.01%) 추가 인하 결정을 발표했다. 예상에 부합한 조치다.
연준은 지난 9월 '빅 컷'(50bp 인하)으로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 행보를 시작했으며 지난달에 이어 이날 다시 25bp 인하 결정을 내렸다.
3차례 연속 인하를 통해 미국 기준금리는 4.25~4.50%로 낮아졌다. 석 달 사이 100bp, 즉 1%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그러나 연준 인사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는 내년 금리 인하 폭이 50bp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5bp씩 내릴 경우 '2회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9월 점도표에서 예상됐던 '4회 인하'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다시 높아짐에 따라 금리 전망 중간값도 다소 높아졌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강해지면 금리 인하 속도를 더 늦출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이제 상당히 덜 제약적"이라면서 "최근 석 달에 걸친 금리 인하 조치로 인해 앞으로 통화정책 결정을 더 신중하게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OMC 결과가 '산타 랠리'로 이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트레이드스테이션 글로벌 시장전략 총책 데이비드 러셀은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이 가열되고 실업률이 낮아진 것으로 판단했다"며 "비둘기파적으로 기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평했다.
그는 "금리가 더이상 제한적이지 않은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인하를 잠시 멈추는 것이 합리적인 시점"이라고 말했다.
FOMC 결과 발표 직전까지 3대 지수는 일제히 초록불을 켜고 지난 4일 이후 10거래일 만의 동반 상승 마감을 기대하게 했었다. 그러나 매파적인 파월 발언에 모두 빨간불로 전환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M7) 전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테슬라 하락률은 8.28%에 달했다. 아마존은 4.6%, 애플은 2.14% 낮아졌고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 모기업)·메타(페이스북 모기업)도 각각 3% 이상 뒷걸음쳤다.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과 테슬라는 이날 장중에 역대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했으나 파월이 끼얹은 찬물 세례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나흘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 반등을 시도했던 엔비디아 주가도 1.14% 밀리며 지난 10월 7일 이후 처음 13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 이달초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 피살 사건 이후 약세를 이어온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주가는 2.92% 상승했다.
세계 최대 규모 전자장비 제조업체 자빌도 시장 예상을 웃도는 강력한 실적과 가이던스에 힘입어 주가가 7.26% 뛰었다.
지난 13일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합류하며 '엔비디아 대항마'로 급부상한 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브로드컴 주가는 이틀 연속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하며 이날 6.91% 더 떨어졌다. 시총 1조 달러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대규모 파업 사태로 중단됐던 여객기 생산을 재개하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약보합 수준을 지켰다.
미국의 대표적 후발 전기차 제조 기업 리비안은 투자은행 베어드가 "2025년 성장 촉매가 거의 없다"며 투자등급을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한 여파로 주가가 11.16% 급락했다.
시리얼 제품 치리오스와 요플레 등으로 유명한 식품 기업 제너럴 밀스는 내년 실적 전망을 낮춰잡은 후 주가가 3.06% 뒷걸음쳤다.
업종별로 보면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모두가 1% 이상 하락한 가운데 임의소비재(4.74%↓)·부동산(3.97%↓)·통신서비스(3.16%↓)·금융(3.03%↓)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 제프리 건들락은 파월 의장이 이날 FOMC 이후, 앞으로 공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며 "위험자산과 밸류에이션 높은 증시는 금리 인하 속도 둔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연준이 내년 1월 금리를 25bp 추가 인하할 확률은 8.6%, 동결 확률은 91.4%로 반영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집계하는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무려 11.75포인트(74.04%) 높은 27.62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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