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이 실제 금의 지위를 넘어서는 사례가 등장했다. 미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자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금 ETF의 규모를 제친 것이다. 이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지속될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및 파생상품 ETF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1290억달러(185조원)를 돌파했다. 이는 미국 금 ETF의 운용자산 규모를 소폭 상회한 수준이다. 또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11개월 만에 일이다.
이는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 효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에 따라 미국 가상자산 시장 확대와 관련 규제 완화 등이 예상되면서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ETF에 자금이 대거 쏠린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순유입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총 4억8600만달러(6982억원)가 순유입됐다. 14거래일 연속 순유입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비트코인 ETF 붐이 계속돼 금 ETF와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고 봤다. 국부 펀드와 연기금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비중을 늘리고 있는 양상이 내년에 더욱 심화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상자산 관련 규제 명확성을 개선하는 것이 이들의 투자 포인트로 해석된다.
네이트 제라시 ETF스토어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X를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 ETF는 금 ETF 운용자산의 3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며 "3배 전망이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자산 은행 시그넘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미국 규제 명확성이 개선되면서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비중을 늘릴 것"이라며 "이에 따라 내년 가상자산 시장에 기관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 상품도 추가 연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헤징과 레버리지 트레이딩 등이 가능한 ETF 옵션을 통해 기존에 포섭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관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 상품은 기초자산인 비트코인 현물 ETF의 유동성을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SPY(S&P500지수를 추적하는 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SPY 옵션 상품'은 SPY를 시가총액 6000억달러(835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ETF로 성장시켰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주요 자산군을 추적하는 SPY, QQQ(나스닥100지수), GLD(금 현물) 등의 ETF도 옵션 상품 출시로 유동성 개선을 경험, 기관 투자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 상품도 이런 '업그레이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비트코인 현물 ETF 확대는 비트코인 현물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큰손인 기관의 수요가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에 직접적인 수급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시그넘은 이번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에 10억달러(1조4000억원) 순유입이 발생할 때마다 비트코인 현물 가격은 약 3~6%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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