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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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무서운 질주…한국 조선 산업의 위기일까

중국 조선업의 무서운 질주가 한국의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에 위기일까. 글로벌 조선업 수주량 경쟁에서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중국 우위로 벌어지고 있지만 대내외 전망은 오히려 한국에 긍정적이다. 한국은 질로 승부해 고부가가치 선별 수주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글로벌금융사 ING의 ‘아시아 조선업 르네상스: 기록적인 수주와 가격 상승’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비록 전체 글로벌 점유율 하락에도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1092만CGT(248척)를 수주했다. 중국은 4배 많은 4177만CGT(1518척)를 수주했다. 수주 비율에서 중국이 69%로 압도적인 1위다. 한국은 18%에 그쳤다.

그런데도 국내 주요 3사인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효율적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가 위주로 자국 물량을 수주한 중국과는 다르게 LNG 운반선과 LP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부문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ING 보고서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고수익성 수주에 집중함으로써 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전체 수출에서 선박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한국이 중국 및 일본 조선업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NG 보고서는 “지난달까지 한국의 선박 수출은 연초 누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2% 증가하며 전체 수출 증가율 8.5%를 크게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수년 치 일감을 쌓아둔 상대다.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하는 데 집중하며 중국과 수주량 격차에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년 치 수주잔고를 확보했는데 굳이 저가 선박을 수주해 단순 수주량을 늘릴 필요는 없다”며 “질적 수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내 조선에 관심을 보이며 협조를 요청한 점도 긍정적이다. ING 보고서는 “한국이 미국 전투함 정비 및 건조를 위한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유력한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조선업은 사실상 쇠퇴했기에 미국이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해외 발주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전투함 건조 능력을 보유한 한국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