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을 향한 헌재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기조로, 국회법상 절차에 의한 탄핵 과정은 존중하지만 수사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을 돕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왜 반란을 일으키느냐”며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헌재) 법정에서 소신껏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헌재가 보낸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서 수령을 미루면서 최대한 시간 끌기 전략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그 일환으로 직무정지 해제를 위한 가처분 신청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탄핵소추된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권한행사정지 상태를 해제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 17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9일 각각 직무정지 해제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제출했다.
가처분은 본안 판단 이전에 처분 등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정지하는 것으로,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받아들여진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소추 대상자의 권한 행사가 정지됐는데, 이를 불리한 처분으로 보고 권한 정지 상태를 임시로 풀어달라는 게 최 원장과 이 지검장의 요청이었다.
이미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정 운영을 대신 맡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논란을 초래하는 건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윤 대통령 측이 헌재 결정 선고를 늦추기 위해 소송 전략적으로 가처분 신청 제기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당 판단이 나오기까지 헌재 심판 기간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헌재가 만약 탄핵심판에서 가처분을 받아들이면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본안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임시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야권과 시민 사회의 거센 반발로 사회 혼란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헌재가 ‘탄핵심판’에서 가처분을 받아들인 사례는 없다. 이 지검장이 탄핵소추된 이후 낸 가처분이 헌정 사상 최초여서다. 따라서 탄핵심판에서 가처분을 낼 수 있는지, 허용한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에 대한 참고 사례도 없다.
앞서 탄핵소추된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은 가처분을 시도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가처분은 위헌정당해산심판에서 정당의 활동을 중단시키거나, 권한쟁의심판에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밖에 없다.
다만 헌재가 헌재법 규정에 없는 가처분을 새롭게 허용한 적은 있다.
헌재는 2000년 사법시험 응시 제한을 다툰 헌법소원 사건에서 “(법에 명시된) 정당해산·권한쟁의심판 외에도 헌법소원 심판 절차에 있어서도 가처분의 필요성은 있을 수 있고 달리 가처분을 허용하지 아니할 상당한(타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당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결정 이후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가처분이 꾸준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헌재 심리에 재판관 7인 이상이 심리하도록 한 헌재법 규정의 효력을 정지해 ‘6인 체제’ 심리가 가능해진 것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해당 헌재법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제기한 가처분을 받아들인 결과다.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 해제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낼 경우, 탄핵심판도 가처분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1차적으로 판단한 뒤, 신청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선고 전까지 권한 행사를 정지하는 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초래하는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