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정지인 옮김/ 북하우스/ 3만5000원
약 70개 나라를 여행하고 20권이 넘는 책을 펴내며 전미 도서상을 받은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여행 경험을 928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으로 집대성한 책이다. 북극에서 태평양, 갈라파고스, 아프리카, 호주, 남극까지 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하는 인간’이었던 저자가 머물렀던 수평선과 지평선 너머의 눈부신 세계와 그곳에서 가졌던 많은 사유를 옹골차게 엮은 논픽션이다.
작가는 북극 원주민 정착촌의 잔해부터 운석 조각이 숨어 있는 남극 고원 가장자리까지 사는 내내 자신을 끊임없이 부르고 손짓했던 곳들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18세기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이 처음 상륙한 북미 대륙 서해안부터 식민지 교도소 부지가 있는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남쪽 해안까지 한 나라의 역사에 숨겨진 공포가 켜켜이 쌓인 곳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여행’은 작가에게 지혜를 모으는 활동이자 자신을 바꾸는 행동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렇게 세상의 많은 장소를 보고 난 후, 나는 인간이 초래한 위험, 인간의 승리, 인간의 실패에 대해 무엇을 배웠을까”라며 여행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질문을 던지고 여기에 답을 찾으려 한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매우 현실적인 환경적 실존적 위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지만 또한 아직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현재에 대한 관대한 시각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우리 앞에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희망을 잃지 말자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