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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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대구 외

대구(마크 쿨란스키, 박중서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만8000원)=“바다 생선 대구는 8세기 바이킹 대이동과 17세기 청교도의 북아메리카 정착, 18세기 미국 독립전쟁의 시발점이었다.” ‘바다의 빵’으로 불릴 정도로 인류문화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 대구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1997년 발간된 논픽션 분야 명저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감수를 더해 재출간했다. 책은 바이킹의 대이동이 있었던 8세기부터 최근까지 1000년 넘게 인류의 삶과 함께한 대구의 연대기와 생태를 담았다.

테이스트(스탠리 투치, 이리나 옮김, 이콘, 1만7800원)=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줄리 앤 줄리아’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 스탠리 투치가 이탈리아 음식과 삶에 대한 단상을 담은 에세이를 냈다. 스탠리 투치의 조부모는 이탈리아 남부의 극심한 부패와 빈곤에 지쳐 미국으로 이민왔다. 이들은 가족의 전통 레시피와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애썼다. 덕분에 투치도 자연스레 이탈리아 전통요리를 익혔다. 투치는 이 책을 통해 알리오 올리오부터 파스타 파지올리까지 가족 전통의 맛을 보여준다.

프랑스 혁명(윌리엄 도일, 조한욱 옮김, 교유서가, 1만5000원)=1970년대 중국의 저우언라이 총리는 프랑스혁명에 대해 말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고 했다. 저우언라이의 말처럼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프랑스혁명에 대해 영국 브리스톨대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정리에 나섰다. 200여쪽 분량의 비교적 짧은 글로 혁명이 발생한 원인부터 시작해 후대에 미친 파장까지를 간결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잇따른 전쟁으로 재정 적자에 직면한 부르봉 왕조의 상황, 매관매직이 판쳤던 부도덕한 정부와 법원, 심화한 빈부 격차 등으로 인해 ‘앙시앵레짐’(구체제)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한다.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간행한 입문서 총서인 ‘첫단추’ 시리즈의 한 편으로 출간됐다.

지명관일기1(지명관, 서정완·고길미·서영혜·심재현 엮음, 소명출판, 3만5000원)=“이것(일기)이 압수된다면 많은 동지들이 무서운 운명을 당할 것이 아닌가. 며칠 분씩 끝나는 대로 일본 친구들에게 보관을 부탁할 생각이다.”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으로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지명관(1924∼2022) 전 한림대 석좌교수가 1972년 일본으로 건너가 약 20년간 망명생활을 하며 남긴 일기를 모아서 엮었다. 이번에 간행한 1권은 1974년 11월1일부터 1976년 12월29일까지 기록을 수록했다. 국내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본에서 ‘TK생’(TK生)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지명관은 A4 사이즈 메모지에 만년필로 쓴 일기를 4등분으로 접어 여러 지인에게 분산해 맡겨 놓았다. 그는 일기를 통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한국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고민을 글로 남겼다.

호시탐탐(김보통 등,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창비, 1만9000원)=‘D. P’의 김보통, ‘정년이’의 서이레, ‘풀’로 한국인 최초 미국 하비상을 받은 김금숙 등 그림체부터 익숙한 유명 만화가들이 노동과 여성, 성소수자, 지역 등 우리 사회 속 숨은 차별을 찾고 문제점을 깊숙이 찔러낸 인권만화다. 사회 문제를 적나라하게 전시하기보다는 만화적인 상상력을 통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백신의 배신(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홍지수 옮김, MID, 3만3000원)=이 책에서 저자는 수십년 동안 미국 방역 정책을 총괄한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비롯해 공중보건 관료집단, 의학계, 제약 산업 간의 결탁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과학적·정책적 오류와 금전적 탐욕을 지적한다.

스탈린주의에 맞선 레닌의 투쟁(블라디미르 레닌, 최일붕 옮김, 책갈피, 1만7000원)=책은 ‘레닌이 스탈린주의를 낳았다’는 명제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면서 레닌이 생전 남긴 글들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레닌이 뇌졸중으로 병석에서 죽어가며 구술한 글과 편지, 호소문을 엮었다. 레닌과 연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트로츠키의 글도 일부 포함했다. 스탈린과 그의 관료집단에 맞서 필사적으로 저항한 원조 공산주의자들의 처참한 투쟁사를 레닌과 트로츠키의 생생한 글과 함께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