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가 어떤지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18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무파사: 라이온 킹’을 연출한 배리 젱킨스 감독은 19일 국내 언론과 한 화상 간담회에서 계속해서 ‘지도자의 자질’을 언급했다.
‘무파사…’는 유명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라이온 킹’의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와 그의 라이벌인 타카(스카)의 성장기를 그렸다. 타카는 물에 떠내려온 어린 무파사를 구해준 후 우애 깊은 형제로 자라지만 여러 사건이 이어지며 숙적으로 돌아선다.
젱킨스 감독은 “타카가 악인으로 돌아선 이유는 (사자 무리 우두머리인) 아버지가 ‘네가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남을 밟고 서야 해, 필요하면 기만을 해서라도 남 위에 군림해야 해’라고 가르쳐서”라고 설명했다. 반면 무파사는 타카의 어머니로부터 ‘좋은 리더가 되려면 네가 성장해야 하고 모든 동물과 조화로운 삶을 살아야 하며 우리는 평등하다’고 배웠다. 이런 차이는 무파사와 타카의 인생 경로를 갈랐다.
젱킨스 감독은 “대본에서 태어난 기질과 양육 방식의 차이로 인생이 달라지는 부분이 흥미로웠다”며 “만약 반대로 무파사가 아버지, 타카가 어머니에게 배웠다면 스카가 위대한 왕이 되고 무파사가 악인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의) 가족이 최하층이 아니라 특권층이었다면 목적을 달성하려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았을 수 있다, 사회적 환경과 지위에 따라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파사…’는 ‘라이온 킹’ 탄생 30주년을 기념한 작품이다. 젱킨스 감독은 “(이전 애니메이션은) 선악이 무엇인지, 무파사처럼 위대한 지도자는 무엇인지 다룬다는 점에서 세대를 초월하는 정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는) 선악 이분법 구도에서 진화한 복잡성을 부여하고자 했다”며 “‘라이온 킹’이 만들어진 1994년은 어린이들이 이미지에서 배우는 교훈이 단순했지만, 지금은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로 어린이들이 이미지에서 받아들이는 교훈에 복잡성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무파사…’는 여성 리더십 등 30년 전과 달라진 사회상도 반영했다. 젱킨스 감독은 “오리지널에서는 아버지와 아들만 나와 마치 남자만이 위대한 지도자를 배출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이번에는 어머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큰 존경심을 표출하는 부분이 있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자 무리에서는 암사자가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앞서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2019년 만든 실사 영화 ‘라이온 킹’은 동물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젱킨스 감독은 이번에는 동물의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이 ‘모션 수트’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반응하면서 촬영했다. 그는 “카메라가 동물 주변을 배회하면서 그들을 관찰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영화의 감정적 표현을 부각하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